나를 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인간관계론을 수강한 적이 있다. 연극 연출가를 꿈꾸던 때라 캐릭터 분석에 도움이 될까 싶어 열심히 공부했었다. 대본을 분석하고 캐릭터를 구축할 때 심리학에 관한 지식은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졸업 후 누군가의 소개로 읽었던 김형경 님의 <사람 풍경>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때부터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람 풍경>은 나를 위로해주기로 작정한 책 같았다. 그냥 구구절절 다 내 이야기 같아 마음이 닿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도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한 것 같다. 그 뒤 사회인이 되고 심리학 대학원에 대해서 알아봤으나 돈도 벌어야 하는 입장인데 수능생처럼 다시 공부할 자신이 없었다. 스터디 카페에 가입해서 교육 심리 쪽으로 공부를 했지만 스승 없이 모인 스터디는 얻은 것 없이 흐지부지되었다. 그 뒤 사는 게 바빠 심리 분야의 공부 욕심은 내려놓고 일반 직장인으로 돌아갔다.
매일 밥먹듯 야근을 하며 주말에 겨우 나에게 쓰는 시간이 주어지던 때에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고 싶어 MBTI, DiSC 검사 등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검사 및 강의에 많은 돈을 썼다. 주말마다 교육받고 공부했지만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친구들의 야매 상담사가 되어 배웠던 지식을 나불거리면서 정작 나 자신을 채우지는 못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와....... 지구가 우주의 소행성과 부딪히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만큼 육아는 나를 뿌리까지 잡고 흔들었다. 그렇게 위로받고 나를 찾고 싶어 했던 열망이 가득했던 한 여자는 출산과 동시에 ‘모성애’란 이름으로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마흔이 되어서 돌아보니 20대의 나는 자아를 찾는 여행을 했던 것 같다. 남들 다 겪는 사춘기를 10대에 겪지 않고 혼자 내면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것 같다. 그냥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등을 노트에 쭉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을 텐데 그때의 나는 교육 이수증, 심리검사 결과지 등 비싼 돈을 내야 받을 수 있는 종이에만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내부가 아닌 외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것이다.
그냥 조용히 멍 때리며 어제의 나는 왜 힘들어했고 그 상황에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면 어떻게 해보고 싶은지 등 스스로와 대화하며 자신을 돌보면 되었는데 남들의 시선에 얽매여 나의 원래 모습을 가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