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기다리는 아이들
월요일 등교 시간이면 삼삼오오 학생들이 도서관으로 몰려온다. 다른 학교보다 도서관 이용률이 높은 편이라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학생들이 많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장 먼저 향하는 서가는 바로 '흔한 남매'가 있는 곳이다. 부모님들께서 잘 사주시지 않는 학습 만화책이 도서관에서는 자유롭게 읽을 수 있으니 학습 만화코너는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하지만 대출이 불가하기 때문에 도서관 내에서만 읽을 수 있다. 마트의 미끼상품처럼 학습 만화는 학생들을 독서의 시간으로 낚는 이른바 '독서 미끼 상품'이다.
만화책을 보러 도서관에 오기 시작한 아이들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친숙해지면 친구 따라 책 한 두 권을 '대출'한다. 단 만화책이 아닌 그림책과 줄글책만 대출이 가능하니 그나마 읽기 쉬운 책들을 찾는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책들은 자연과학 분야의 동물(곤충, 공룡 등)에 관한 책이거나 만화그림과 줄글이 적절히 섞여있는 '레너드', '인간탐구보고서' 등의 책들이다. 그중 '레너드'는 1, 2학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미스터리한 일들을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적은 글밥으로 찾는 학생들이 많다.
"선생님. 레너드 8권 있어요?"
"선생님. 레너드 12권 어딨 어요?"
출근 후 항상 아이들에게 듣는 질문이다. 그중 몇몇 아이들은 이렇게 물어본다.
"선생님 그 책 팔렸어요?"
'팔렸다'라는 단어는 도서관에서 들을 수 없는 단어다. '판매'는 '수익'과 연결되는 단어이기에. 그럼에도 이전 학교에서도, 지금 학교에서도 자신이 찾는 책이 보이지 않으면 '팔렸어요?'라고 묻는 학생들이 있다. 주로 도서관 이용이 잦아 평소 즐겨 찾는 책들의 위치까지 아는 학생들이다. 등교하자마자 또는 쉬는 시간이 되면 빠르게 도서관으로 와서 찾고자 하는 책이 제자리에 없으면 나를 찾아와 묻는 것이다.
"응. 팔렸어. 대신 다른 책이 있어. 이건 어때?"
그러면 나는 장사꾼처럼 답한다. 다른 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학생에게 몇 권의 책을 추천한다. 대부분 거절하지만 간혹 한 권을 골라 대출하는 학생이 있기에 추천 도서 리스트를 머릿속으로 정리해 둔다.
도서관은 친숙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책 읽는 시간이 편안해진다.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자주 경험해야 하고. 다행히 우리 학교는 도서관 활용 수업이 많은 편이다. 매주 담임선생님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 책을 골라 읽는 시간이 쌓이면서 도서관은 편안한 장소 중 한 곳이 되어간다.
내일 또 아이들이 물어보겠지?
"선생님 그 책 팔렸어요?"
책을 기다리던 아이들의 그 말이 이제는 듣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