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낯선 아이들
학교 도서관은 3, 9월이 가장 바쁘다. (신간 도서 입고 제외) 특히 입학 시즌인 3월은 '도서관 이용 교육'으로 무척 분주하다. 매년 같은 내용의 도서관 이용 교육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중 가장 기다려지지는 수업은 바로 1학년과의 수업이다.
3,4월 1학년은 처음 다녀본 학교의 이곳저곳을 탐색하느라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그동안 경험했던 교육기관에 비해 한참이나 큰 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탐색할만한 것이 가득한 곳이다. 도서관 역시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공간이지만 도서관 이용 교육을 받기 전까지는 1학년은 도서관 이용이 어렵다. (안전을 위해 도서관 이용 교육을 받고 난 뒤 담임 선생님과 함께 학급 단위로 이동) 그러하여 가능하면 1학년 도서관 이용 교육을 가장 먼저 하고자 한다.
1학년 도서관 이용 교육이 있는 날이면 파스텔 색깔의 원피스를 입고 출근한다. 유치원, 어린이집 선생님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편견이지만 예쁜 선생님에게 마음을 쉽게 열어줄 거라는 생각에 화장도 살짝 한다. 아이들도 나도 긴장 반, 설렘 반이 공존하는 수업시간이다.
학교 도서관이란 곳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이니 집중도는 어느 학년보다도 좋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나의 설명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면 조금이라도 더 수업을 잘하고 싶어 진다.
수업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다.
"도서관이란 곳을 처음 오는 친구 손 들어볼까요?"
이전과 달리 지역마다 도서관도 많고 아이들 독서 습관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시기라 당연히 도서관 이용이 잦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대다수 학급의 절반이 도서관은 오늘(도서관 이용 교육받는 날) 처음 온 것이라고 손을 들었다.
요즘 공공도서관은 예전의 공공 도서관과 달리 문화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곳이 많다.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도 많아 당연히 아이들도 도서관이란 곳을 한 번은 이용해 봤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여러 사람과 책을 읽는 공간을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다. '도서관 이용이 처음인 게 어때서?'라고 반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학교 도서관은 공공도서관과 결이 살짝 다르다. 도서관 안에서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다는 점은 같지만 학교 도서관은 '책이 있는 교실'로 교과 과정에 맞춰 운영된다. (도서관 행사, 수서 방향, 서가 배열 등이 공공도서관과 차이가 있다.) 또 수업을 진행을 진행하는 곳이다. 일정 시간 책에 집중해서 보는 훈련과 스스로 책을 골라보는 경험이 쌓여 있어야 도서관 활용 수업 시간이 괴롭지 않다. 이제 나의 역할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앉아서만 책을 읽어야 하는 '도서관'이라는 낯선 공간을 초등 6년 동안 익숙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꼬셔야 할까...... 어떻게 하면 책을 읽으러 찾아오게 만들까?...... 머리를 굴려보자. (모든 사서쌤들의 고민이다.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오도록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