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한다.
세계여행을 시작하며 한국에서 출발해 길고 긴 비행을 마친 끝에 남미 대륙의 첫 발을 디딘 도시는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였다. 남미를 여행하는 많은 한국인 여행객들은 대부분 칠레를 통해 남미로 들어오거나 아예 멕시코가 있는 중미를 여행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 당시의 나는 '세계여행을 가야지'라는 막연한 목표, 조금 자세히 하면 '남아메리카부터 가야지'정도의 계획을 가지고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끊었기 때문에 우리 여행에 일정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나마 결정한 것이 '처음이니까 한인숙소를 가서 정보를 얻자'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숙소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신이 내가 너무 무모해서 올바른 길로 가라고 입김을 살짝 불어주신게 아닐까 싶다. 2018년, 22살의 나는 이곳에서 진짜 여행을 배웠다.
키토에서 가장 유명한 한인숙소를 갔는데, (사실 한국인자체가 거의 없는 곳이라 선택지가 없었다.) 또래의 언니, 오빠들과 친해져 열심히 따라다니며 여행을 배웠다. 남미는 기본적으로 장기여행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미 몇개월이상 여행하던 사람들을 만나며 조금은 구체적인 계획을 잡을 수 있었다. 키토를 같이 여행을 했던 사람들은 대략 4-5명 정도 되었는데 몇명은 키토에서 헤어지고 몇명은 에콰도르의 다른 지역을 같이 여행했다. 이렇게 여행 중에 동행들과 헤어질때는 서로 나중에 길에서 만나자고 말한다. 그 중에서 인연이 닿아 한국에 와서도 연락을 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헤어지면 연락이 끊긴다. 여행을 하며 꽤 많은 동행을 만났는데도 만남은 항상 반갑고 이별은 항상 아쉬웠다. 헤어짐은 많이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길에서 만나자는 말을 반복할수록 더 성숙해지고 더 여행을 알아간다.
여행의 커다란 본질 중 하나는 나와는 전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을 여행이라는 행위 하나만으로 나이, 성격, 직업 등을 상관하지 않고 거리낌없이 만날 수 있는 점이다. 멕시코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언니를 아르헨티나에서 만나고, 터키 여행을 하며 50대 부부여행자를 만나 함께 라면을 먹고, 5년째 여행을 하고 있는 세계여행자를 만나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떠드는 일들.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이 연락이 닿지 않아도 또 언젠가 길에서 만날거라 생각하면 너무나 소중하다. 실제로 에콰도르에서 만났던 동행을 스페인에서 다시 만난 적도 있고, 볼리비아에서 만났던 동행과 에콰도르에서 함께했던 동행들이 서로 만나서 아프리카에 있던 우리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온 적도 있다.
세상은 생각만큼 넓지만 생각보다는 넓지 않아서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고 또 그 누군가를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른다. 그래서 여행이 질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 또다른 여행을 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언젠가 다시 길에서 만나자.
*제 콘텐츠의 모든 커버 사진은 여행 중에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