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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Nov 29. 2022

마음이 말이 되고

신데렐라 언니라는 오래된 드라마에서 의붓언니 은조는 해맑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효선이 내내 못마땅하다. 상냥한 데다가 자꾸만 말을 걸고,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걸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날 때부터 치열하고 독해야 했던 은조에게 상대에게 짓는 웃음은 받을 대가가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었을 테니까. 은조는 효선이 자신을 미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워할 수밖에 없게끔 행동하고 상황을 만든다. 효선의 입에서 거지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세상에 산다는 건 다분히 마음과 다른 말을 하고, 이전에 했던 말을 쉽게도 잊어버리고, 부끄럼 없이 모순되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경계하고 서열을 만들고 군림하거나 억압하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하나면 내 삶 위에 남은 많은 모순도, 위선도. 어쩐지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그렇게 끊임없이 영악해져 마침내 살아남은 어떤 은조들.



마음이 말이 되고, 말이 삶이 되는 사람은 거울 같다. 그래서 보기가 힘이 든다. 자꾸만, 오래전 버린 나를 생각나게 하니까.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며 동조해버린 내 쉬운 모습을 보게 하니까. 다르게 산다는 건 어리석은 거라 생각했지만, 당신이 지켜낸 당신은 아름다워서 나를 이렇게도 부끄럽게 하네.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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