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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디 May 14. 2024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도록

누구나 잘하는 분야는 있으니까

”한 배에서 나왔는데 어쩜 이렇게 다르니“

둘 이상을 낳아 키워본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두 살 터울의 웬디와 핸리도 마찬가지다.

웬디는 늘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는 아이이며,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언어능력이 특별히 더 발달한 것 같다. 눈치가 매우 빠르고 그래서인지 공감능력도 뛰어나다. 사교성이 좋아 어딜 가든 친구들을 잘 사귀고, 새로운 장소와 경험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한다. 그리고 즉흥적이고 감각적이다.


핸리는 집돌이다. 집에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하고 사람 많고 복잡한 곳을 싫어한다. 웬디와 다르게 언어 쪽보다는 수리능력이 특별히 발달했고, 레고나 로봇 등을 조립하고 조작하는 걸 좋아했다. 새로운 경험을 하기 전에 약간 긴장을 하는 편이라서 미리 시뮬레이션해보는 걸 좋아한다. 쫓기듯 다니는 걸 싫어해서 시간약속은 늘 여유 있게 나가는 편이고 규칙 지키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차분하고 이성적이다.

남매지만 둘은 신기할 정도로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다.

생각해 보면 캘리와 폴도 마찬가지다. 부부가 되는 조건에 '많은 공통점'이라는 항목이 있었다면 둘은 결혼을 못했을 것이다. 전형적인 문과 남자와 이과 여자와의 만남이랄까. 함께 하늘의 구름이나 별을 봐도 온갖 시적 표현을 쏟아내는 폴과 달리 캘리는 구름모양이 적란운이라느니 오리온이 떴다느니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대화를 한번 시작하면 다툼 없이 2시간을 훌쩍 넘기는 거 보면 삶의 철학과 가치관은 비슷한 것 같다.

유전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런 다양함이 섞이는 것이 더 좋은 유전자를 만들어낼 수 있기도 하고.


가족 구성원 간에도 이렇게 성향이 다 다르고, 잘하는 분야가 다른데 한창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웬디는 수학이랑 정말 안 친하다. 그래서 다른 공부에 비해 수학공부에는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아부어야 한다. 반대로 핸리는 책을 별로 안 좋아해서 차라리 수학문제집을 풀겠다고 하는 아이다.

웬디는 밤새워 책 읽는 게 소원이란다. 책 읽다가도 뭔가가 떠오르면 소설도 쓰고, 작사도 해본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떠올라서 적는 거란다. 핸리는 레고를 좋아하고 코딩에도 관심이 있으며 제법 잘한다.


캘리는 이런 아이들의 성향을 진작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웬디의 부족한 수리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정말 기본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책 읽는 시간을 줄이고 수학공부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핸리는 독서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수학, 과학분야보다는 재미있는 소설, 에세이, 인문분야의 책을 골라서 빌려다 주고 사주었다.

아이들의 성향과 다른 공부를 한다는 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캘리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잘하는걸 더 잘하게 하는 것도 시간이 부족할 판인데, 못하는 걸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닌 거 같다.

우리나라 입시가 골고루 다 잘하는, 소위 전과목 1등급이 예쁘게 만들어진 학생만 뽑다 보니 이런 교육의 틀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폴과 얘기를 나눠보니 역시 생각이 같았다.

캘리와 폴은 아이들만큼은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는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것이 기회비용의 측면에서도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관심 있는 분야를 더욱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대학을 들어가는 것이 아이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이 시점에 어떤 길이 성공과 행복의 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부모세대가 증명한 길이라고 해도 앞으로는 그 길이 막다른 길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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