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좋은 일

백수일기 16

by 미지

행복과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에드 디너 교수는 사소하지만 좋은 일을 매일 경험하는 사람이 놀라울 정도로 멋진 일을 한 번만 경험하는 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오늘 이 말이 떠올랐다. 약 3년 동안 바라만 본 고양이가 먼저 내 손에 얼굴을 비비며 아는 체를 했고, 그 덕분에 하루가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남의 매장에 있는 고등어 무늬의 고양이.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다른 손님들이 고양이를 만질 때도 슬쩍 구경만 했다. 괜히 고양이를 화나게 해서 몸에 훈장 같은 상처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매주 서너 번씩 보고도 한 번도 먼저 다가오지 않았던 고양이가 삼 년 만에 먼저 다가온 날이다. 촉촉한 코가 손에 닿기 무섭게 보드라운 얼굴이 손등에 마구 비벼졌다. 혹시 츄르를 잘못 먹었나? 영상을 찍기 위해 재빨리 카메라를 켰지만 한 발 늦었다. 고양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식빵을 굽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좋다. 귀여우니까!


삶을 돌아보면 큰 성취가 주는 기쁨의 유효기간이 그리 길었던 적이 없다. 대학교 합격의 기쁨이나 수상의 기쁨 같은 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이나 내가 받은 상은 금방 당연한 것이 되었고, 오히려 가지지 않은 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행복을 멀리서 찾다 보면 주변에 있는 많은 즐거움과 기쁨을 놓치게 된다. 저명한 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사소하지만 좋은 일을 매일 경험하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백수의 삶은 합격 통보를 기다리는 매일의 연속이다. 어떻게 보면 가능성이 많은 상태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불안과 불행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소하지만 좋은 일에 더 집중하기로 다짐한다. 사소하지만 좋은 일을 차곡차곡 쌓다 보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고양이가 아는 체를 해줘서 기뻤고, 선물 받은 버터바가 아주 고소하고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백수 13일 차의 하루에는 이런 사소하지만 좋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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