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일기 24
SNS 피드에 81세 생일을 AC/DC 콘서트에서 보내는 할머니의 영상이 떴다. 콘서트 본 걸 어떻게 알고. 귀신같은 알고리즘. 영상 속 백발의 할머니는 귀여운 악마 머리띠를 쓴 채 스탠딩 구역에서 꼿꼿하게 서서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추구미다.
어느 순간부터 롤모델, 워너비 대신 '추구미'라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되었다. MZ 용어로 여러 차례 조명된 추구미는 말 그대로 추구하는 아름다움(美)을 뜻한다. 겉모습이나 삶의 가치를 모두 아우를 수 있지만, 유행하는 단어라 그런지 말의 무게는 더 가벼운 듯하다.
당장 내일 이루고 싶은 것들을 잠시 미뤄두고, 백발의 할머니가 되었을 때 삶을 상상한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오래 살게 되어 팔순 잔치를 할 나이가 된다면 어떨까. 어떤 할머니가 되어 있을까.
추구미는 지금의 나와 되고 싶은 나를 반영하는 것이다. 코앞의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 오늘, 아주 먼 미래의 추구미를 생각해 본다.
1.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아낌없이 베푸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
2. 락 밴드 콘서트 스탠딩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체력 좋은 할머니
3. 피아노 치는 할머니
4. 눈이 침침해도 책을 읽는 할머니
5. 어느 날 급사해도 치울 게 별로 없는 단출한 살림을 가진 할머니
6. 남의 말을 잘 듣고, 잘 웃고, 유머러스한 할머니
7. 접시 하나까지 분명한 취향을 가진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