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ic is my life

백수일기 23

by 미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공연장 한가운데서 드러머가 킥을 밟을 때마다 울리는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는 때라고 답할 것이다. 아주 가끔은 그 공연장 안에서 살아 숨쉬기 위해서라면 나머지 모든 인생을 견뎌도 괜찮다는 허황된 생각까지 든다. 음악이 흐르면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


싸이월드가 살아 숨 쉬던 옛날 옛적, 나에게도 아이돌 오빠들이 있었다. 부모님은 TV에서 그들이나 그들로 추정되는 남자 무리가 나올 때마다 나를 거실로 불러내곤 했다. 아빠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진짜 그룹명 대신, 딸을 놀리기 위한 이상한 이름으로 그들을 부르곤 했다. CD 플레이어에는 항상 그들의 정규 1집이 들어 있었고, 그 앨범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공상에 빠지는 게 그 시절 행복을 찾는 루틴이었다. 사회면에 불미스럽게 얼굴을 비추고야 만 오빠들로 인해 초등학생 소녀의 마음으로 시작한 첫사랑은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끝나버렸지만, 수십 트랙의 음악은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중학교 때 인생 처음으로 뮤지컬을 봤다. '맘마미아!'였다. 뮤지컬을 보고 나서 반드시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건 신세계였다. 나를 인서울(?) 시킨 것은 부모님과 아이돌 오빠들, 그리고 뮤지컬이었다. 지금처럼 유튜브에서 모든 걸 마음껏 볼 수 있었다면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무조건 서울에서 살아야만 좋아하는 것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마음은 동력이 된다.


전 직장 동료가 "그렇게 맨날 공연 보러 다니면 힘들지 않아요?"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적당히 답을 하면서 속으로는 오히려 그게 내 진짜 세계라는 생각을 했다. 가수나 연주자, 작곡가 그 비슷한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철저한 소비자 주제에 음악 없는 세계를 가짜라고 여기는 건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평생 이토록 확실하게 삶의 동력이 되어준 것이 없었다. 인생의 목적이 없다고 느낄 때조차도 좇아갈 수 있는 확실한 행복의 기준은 오직 음악이었다.


두 달 만에 찾은 공연장에서 백수 탈출을 다짐했다. 돈을 벌어야 이 좋은 걸 마음껏 볼 수 있으니까.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 음악은 여전히 가장 순수한 삶의 동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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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렇게 확실하고 단순한 즐거움만 좇으며 살아도 되나 의심이 들긴 하지만,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다. 마음이 복잡한 백수 20일 차, 오직 이 즐거운 감각만을 몸과 마음에 새기고 나아가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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