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와 Oct 21. 2020

한달살기하면 마냥 좋을까요?

한달살기가 "일상으로의 초대"라면 

어쩔 수 없이 일상이기에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




한달살기에 대한 환상을 깨라, 기대를 갖지 말고 욕심을 부리지 말자. 

한달살기를 준비하는 분들게 빼놓지 않고 꼭 얘기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어떤 환상이 생길까? 

여러 가지 환상 중에 여기서는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에 대한 것들이다. 


일단 아이들과 한 달 내내 24시간 온종일 붙어있는 것은 

사실 우리가 일상 중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 사건이다.

(너무 거창하고 과장된 표현이라고...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을 이번 코로나로 다들 제대로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단지 한달내내 24시간 같이 보낸다는 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기껏해야 주말 정도 아이들과 온종일 같이 보내는 시간들도 아빠들은 힘겨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빠들 경우에는 처음 평소 시간 같이 못 보낸 것에 아쉬움과 보상심리 등을 생각하며

아이들과 잘 놀아줘야지. 같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지 하는 맘이 강하다. 

이런 생각하다 큰 코 다친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아마 두 손 세 발 다 들 확률이 높다. 


한달살기는 일종의 마라톤이다. 

오버페이스하면 큰일나고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들과 24시간 붙어다니는 경험은 평소에는 겪어보지 못한 쉽지 않은 일이고 다른 말로 최악의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하여 한달살기를 경험한 아빠들이 순간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경험을 많이 겪는다. 

후회와 함께 여러 가지 감정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내가 이러자고 한달살기 왔나? 도대체 한달살기를 왜 왔을까” 등등


아마 역설적으로 이 때 와이프에 대한 생긴 존경심을 갖게 된다는 것. 

한달살기의 또 다른 선물이자 장점일 수도 있다. 

육아에 대한 엄마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감이 드는 신기한 순간을 체험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라고나 해야하나? 그만큼 자주 겪지만 쉽게 조절되지 않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원래 늘 그랬지만 며칠을 24시간 같이 있어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 때문에 또 한번 충격을 먹을 수도 있지만...

사람은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다. 

이럴 때 자기를 인정하고 아이들에게 빠른 시간내에 사과를 구해야 한다. 

물론 이것도 쉽지 않다. 한달살기 와서 아이들보다 40대 중반인 내가 깨달아가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느끼는 중요한 순간이다. 

평소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복합다단한 감정의 깊이를 

한달살기라서 경험할 수 있고 한달살기라서 치유가 가능하다.  


한달살기 중 심심하다구요? 

- 심심함을 즐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한달살기에서 보내는 일상에 대한 감이 오는가? 

한달살기를 결정하고 나면 설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이런 마음의 자세를 먼저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우와 나 한달동안 여행간다”는 맘으로 준비하면 

나중에 드는 상실감에 대처하는 자세도 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한달살기이다.

일상을 보내다 보면 남들이 보는 것처럼 한달살기 자체가 마냥 하고 싶은 일이 넘치고 재밌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된다. 

일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리고 집이 아니기에 자기만의 공간과 물품의 부재로(장난감의 부재) 어느 순간 다가오는 것은 무료함과 심심함이다.


한달살기 계획 중 아이들에게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때론 이런 심심함을 즐기고 견뎌보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외부 일정이 아니면 한국의 집에서보다는 할 일이 더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른보다는 아이들에게 이런 심심함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오늘은 어디 안가?”

이건 심심하다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지만 매일 어딜 갈까? 도서관? “또” 그럼 시장이나 다녀올까? 아님 마실이나 갈까?

한 두주 지나면 설설 그런 일상에 질리는 순간이 온다. 

아이들에겐 때론 그런 심심함이 필요하다. 평소에 없던 그런 시간들이 필요한 순간이다. 


심심함을 견디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게 된다. 무언가는 무엇이 되도 상관없다. 

단 심심할 때마다 TV나 유튜브 보는 것은 어느 정도 통제는 필요하다. 

심심함을 견디고 때론 즐길 수 있는 힘이 키워진다.


솔직히 한달살기 중에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상황 중 하나는 늘 있어왔던 아이들과의 마찰이다. 

당연한 일상이기에 집에서 겪었던 일상 문제점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착각이다. 

그저 일상의 연장선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한달살기로 집을 떠나 해외로 왔어도 스마트폰, 게임, TV에 집착을 버릴 수가 없다. 

(환경이 바뀌었다고 그렇게 쉽게 변하면 그게 아이일까 싶기도 하고)  

여기 이 곳까지 왔는데도 우리네 기대와는 달리 

스마트폰, 게임에 목매는 아이들을 보면 하루에 속이 열 두번도 더 뒤집어지면서 신세한탄 뻔한 스토리가 뒤를 잇는다.

 “내가 미쳤지. 비싼 돈 들여 여기까지 왜 왔나?” 

이런 한숨 섞인 넋두리를 하게 되는데 어차피 여기서도 일상이다. 

우리가 여기서 사고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도 스마트폰, 게임 TV 다보고 한다. 

그래도 여기서 하는 건 좀 특별하다 생각하면 맘이 조금은 낫지 않을까.

하다못해 TV라도 영어로 본다든지 유튜브에 딸린 광고 하나를 봐도 이건 한국에 없는데 하는 그런 마인드, 게임도 여기 게임을 사전 찾아가면 시킬 수도 있다. 유튜브도 AI 가 워낙 발달한 시대인지라 중간중간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여기 장소 위주로 많은 추천장소들이 쏟아진다. 분명히 한국과는 다르지 않는가? 이러면 조금 맘이 편해지지 않을까.


그 밖에도 여기 한달장소와 관련된 영상을 같이 보는 방법도 있다. 

바르셀로나 한달살기 경우 사그리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을 가기 전 유튜브에서 안토니오 가우디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니 아이들도 꽤나 흥미롭게 봤던 것 같다. 한달살기 도시가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를 가족과 같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평소에 한국에서는 시간이 잘 나지 않아서 하지 못했던 보드게임도 이런 심심함을 풀어주기에 적합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우노는 바르셀로나 현지 벼룩시장에서 1유로에 구입해서 거의 매일 게임을 했던 우리 가족 최고 인기 아이템이었다. 



예전 TV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 말 중 인상적이었던 장면. 

어떤 질문에 담담하게 “그냥 사는 거지” 라고 말한 모습에 퍽이나 여운이 남았다.  

이 말에는 삶의 모든 맥락이 묻어난다. 

여기 한달살기에서도 우리는 “그냥 사는거다”~   때론 심심함을 즐기면서. 

아이들이 심심함에 못견뎌 몸부림 칠 때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다.

 “한달살기 그냥 하는 거지” 말 그대로 목적이 되는 삶에서 벗어나 인생은 그냥 “살기”이기에.

작가의 이전글 일상으로의 초대 :: 한달살기 그 특별한 일상속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