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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M) - 프리츠 랑. 1931>을 보고서.

by 나쵸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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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M) - 프리츠 랑. 1931>을 보고서.


프리츠 랑의 ‘M’은 의심과 불안이 개인과 사회를 잠식해 나가던 시대에 제작됐다. 1931년의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스 정권이 세워지기 직전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이었다. 이러한 불안정한 사회는 아이러니하게도 특유의 독일 영화 스타일을 구축해냈다. 극단적으로 수직적인 카메라 배치와 뚜렷한 명암 대비로 인해 두드러지는 그림자. 자기 이익에만 맞춰 행동하는 경찰, 정부기관과 범죄 조직. 범죄자가 행하는 범죄자에 대한 심판과 시민들의 동조, 이런 심판에 냉소를 날리는 변호사. 정신적으로 불안한 살인범. 매우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아이들을 죽인 건 살인범만이 아니다.


이 영화는 도입부의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부분과, 마지막 재판 시퀀스가 발군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사이 진행은 늘어지는 구성으로 충분한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았다. 전반적 마냥 흥미로웠다고는 할 순 없다. 다만 이 영화가 매력적인 두 가지 이유는 내세울 수 있다. 첫번째는 관람자에게 철학적 성찰을 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두번째는 범죄 장르의 기반을 닦아내 후대의 필름 느와르 장르의 토대를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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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무능과 폭압, 대중의 심판이라는 80년이 지나도 유효한 비판적 내러티브까지. 영화는 다양하고도 예민한 주제들을 녹여냈다. 감독은 이전 작품인 ‘메트로 폴리스’에 이어서 사회 비판과 시대의 소리가 담긴 주제를 과감하게 선택했다. 가장 탁월했던 점은 이러한 메세지들을 선동의 방식으로 전하기 보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관객은 스스로 답변을 탐색 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영화는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기를 거부했고, 주관적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카메라는 냉소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일정 거리에서 더 다가가지 않는다. 덕분에 논쟁적인 주제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관람자가 가질 불쾌함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머릿속에 사회에 대한 자발적인 물음표를 던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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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또한 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형벌과 정의에 대하여 생각하게 됐다. 혹자는 결국 어떠한 판결과 뉘우침도 피해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법적 구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법도 결국 기득권의 시선에서 정해지는 부조리 덩어리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법의 울타리라도 없으면 안된다. 모두가 선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한 사회적 긴장감은 안전을 위한 탁월한 ㅋ식이다. 타인을 해쳤을 때 자신에게 피해(형벌)가 온다는 사실은 반복되는 범죄를 막고 대중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계약이다. 한편으론 정의란 이름으로 자행된 나치 정권의 행보를 생각하면 억압적인 형벌이 과연 완전한 방법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다른 한편으로 느와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면, 개인적으로 근래에 ‘필름 느와르’ 장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었다. 필름 느와르는 독일의 표현주의 양식에서 발전한 장르이다. 이러한 생성 배경은 범죄를 다루며, 그림자를 활용하고, 극을 어두운 분위기로 유지하는 등의 특징을 형성시켰다. 느와르물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프리츠 랑의 M을 감상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다양한 고전 영화들을 통해 영화의 발전 과정을 탐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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