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의 마지막 날은 날씨가 궂었다. 가을 하늘의 청량함이 연이어 나오나 싶더니 하필 그 날은 비 소식이 있었다.
그래서인가 평소보다 손님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되었다. 중간 중간 매장을 정리하고 다음 사장님을 위해 청소하는데에 할 것도 많았고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 가게를 처음 들어왔을 때 즐겨 듣던 노래를 틀었다.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색다른 경험이었고 감정이었다. 무엇에 대한 눈물일까. 생각을 진득허니 하며 감성에 젖고 싶었는데 라면에 물 부으면 손님 들어오는 것이 국룰이듯이 갑작스레 손님들이 몰려왔다.
한차례 손님들을 보내고 나자 마감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두 팔을 걷어 붙이고 냉장고 성에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제거해도 제거해도 생겨나는 성에는 두껍게 자라 있었다. 꽝꽝 얼어버린 성에를 떼어내면서 장사를 하면서 힘들었던 내 마음도 한 조각 한 조각씩 떨쳐 버렸다.
많이 쌀쌀해진 날씨 덕인지 생각보다 쉽게 성에가 제거 되었다.
마지막으로 매장 바닥을 쓸고 닦고, 테이블을 닦았다. 가득 차 버린 쓰레기통을 비우고 먼지 쌓인 구석 구석을 닦아 냈다. 어머, 내가 너는 한 번도 안 닦아 줬나봐 하고 새삼스럽게 놀란 부분도 있었다. 기름 때 끼인 오븐 역시 문질러 대면서 '그간 고생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하루 종일 바람을 맞으며 바깥에 서 있던 입 간판도 한 번씩 닦아주었다. 가게 상호명이 밖힌 입간판이 '추웠어요.' 하고 애교를 부리듯 내 손길 따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벽에 붙어 있던 선물 받은 엽서를 떼고 새로운 사장님과 협의된 내가 가져가야 할 소품들도 챙기고 나니 한 짐이었다. 한 쪽에 내 짐을 몰아 놓고 평소대로 머신 마감과 제빙기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카페 직원으로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때와 정말 차원이 다른 감정이었다. 내 가게, 내 매장을 정리한다는 건 예상보다도 더 큰 감정을 불러왔다. 여러 감정이 섞인 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마지막으로 정리된 쓰레기를 밖으로 내놨다.
매장은 꽤 휑해졌는데 한 곳에 놓인 내 짐은 가득 했다.
왜 항상 떠날 때가 되어서야 깨달아지는 것들이 있는지.
이 공간을 더 사랑해주지 못한 게 제일 미안했다.
벌써 서른 중반을 향해 가면서 그간 살아온 경험으로는 이 순간, 순간들을 즐기지 못하면 훗날 후회할 것을 알았기에 힘든 순간에도 너무 많은 외로움과 무력함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반죽이 너무나도 지겨워서 절로 '악, 힘들어.'소리가 나올 때에도 분명 이 순간이 그리워질 날이 올 것임을 알았다. 하지만 일하는 모든 날들과 모든 시간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 아렸다. 개인적인 나의 욕심인 것도 알지만서도 조금 속상했다.
내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 이 경험이 소중해서 어쩌면 눈물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인생을 다시금 다독여 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눈물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장이 독한 감기에 걸린 날에 오신 손님들에게 좀 더 살갑게 대해드리지 못했던 게 마음에 걸려서 눈물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한껏 설렘을 안고 시작했었던 나의 처음 모습이 예뻐서 눈물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왜 눈물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유는 다양했다.
그리고 이 눈물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다.
마지막 날을 마무리 하며 한 짐 가득 안고 택시를 기다리는 순간에 불꺼진 가게를 바라보았다. 푸른 빛이 감도는 그 공간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헤어진 연인을 보듯이 마음이 아려왔다.
안녕, 나에게 와 줘서 고마웠어.
안녕, 매일 그 곳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안녕, 너와의 시간을 토대로 또 앞으로 나아갈게.
네가 싫어서도 미워서도 아니라 또 다른 내 삶을 꾸리기 위해 떠나는 거야.
고마워, 많이 배워서 즐거웠고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