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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Mar 31. 2021

하루의 끝에서

2021년 3월의 마지막 날

2021년을 시작하면서 한번 더 퇴사를 했다. ‘유아임용고시’라는 목적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저 흥미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오랫동안 고민해온 부분이었다.

일에 대한 애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유아교육의 가치를 느낄수록, 마음속 어딘가에서 씁쓸함과 공허한 감정이 들었다. 사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욕구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남들이 다 열심히 하는 고3시절에도 그저 ‘어느 대학에는 가겠지’라는 태평한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대학에 붙었다. 그 시절 19살의 나는 ‘왜 나 나름 공부 열심히 했어.’ 라며 억울해할 수도 있겠지만 29살의 나의 시점에서 그 당시 공부량도 열정도 지극히 미미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누군가 ‘너는 왜 공부를 하지 않았니?’ 라고 물어본다면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행복한 삶'을 꿈꾸었다. ‘행복’이란 특정한 직업도, 많은 돈도 충족시켜줄 수 없는 것이었기에 나는 만족스럽게 마음 편한 삶을 살아가기를 꿈꾸었다.   

 

 ‘행복’은 직업을 갖기 시작한 이후부터 와장창 깨지기 시작했다. 인간적이지 않은 업무의 양, 감당할 수 없는 인간관계 ‘행복’을 꿈꾸며 직업을 선택한 나에게 절망적인 나날들이었다. 잠시 일을 쉬면서 다른 직업을 해볼까 하며 구인사이트에서 기웃거려도 보고 특기를 살려 예술 쪽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하며 오랜 고민을 했지만 돌아온 곳은 역시 유아교육이었다. 다행히 다시 돌아온 유아교육의 현장에서 나름의 교육 가치를 발견했고, 소소하지만 나는 교육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작은 확신이 들었다. 그 작은 확신이 유아임용고시에 도전하게 한 씨앗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서 과연 내가 임용고시에 도전할 역량이 갖춰진 사람일까 하는 불안감을 이긴 것은 내 마음속 작은 확신에서 나오는 욕심이었다. 항상 기존의 일상에서 만족과 행복을 찾아왔던, 하고 싶은 것도 욕심도 없어 스스로에게도 답답함을 느꼈던 그 삶에서 벗어나 좀 더 용기를 내보고 싶었다. 묘하게도 안정된 삶에서만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전의 나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었을때 은근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전공 공부를 하며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다. 교사는 유아를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가, 교사로서 유아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하는 대목에서는 나는 제법 긴 시간 동안 생각에 잠기곤 했다. 어떤 순간에는 지루함을 느껴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 보기도 하고 공부의 내용이 인상 깊게 다가올 때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이라고 하듯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다.     


임용고시라는 결정을 했지만 단지 그 목적을 유아임용고시 최종합격에 국한하지 않기로 했다.

고시 생활 속 예상되는 어려움을 겪으며 매일의 마음을 다잡고 고뇌하는 그 순간들이 나를 단단하고 성숙한 '나'로 거듭하게 할 것이라 믿으며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겠노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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