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솔 Jun 15. 2021

직업으로서의 유아교사

브런치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지 거의 2달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나 종종 브런치에 들어와서 통계를 살펴본다. 브런치를 시작했을 때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었다. 숫자에 집착하지 말 것. 브런치의 구독자 수나 글의 인기도에 매이기보단 전하고 싶은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내 글에 보이는 관심이 궁금한지 습관적으로 통계를 클릭한다. 온전히 브런치에서 내 글을 발견하여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사이트에서 유아교사와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하여 들어오시는 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유아 교사란’,‘직업으로서의 유아교사’ ‘유아교사의 역할’ 등 관련되어 보이지만 서로 다른 검색어들이 눈에 띈다.     

키워드를 통해 브런치를 들어오시는 분들은 유아교사가 되기를 희망하시거나 혹은 전, 현직 유아교사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키워드 중 하나인 ‘직업으로서의 유아교사’에 대한 생각을 적기로 결심했다. 유아교사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조금의 정보를, 유아교사가 얼마나 고된 직업인지 공감을 얻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하나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어떤 유형의 기관인지 혹은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서 생각하는 바는 다를 수 있으니 이 글은 주관적이고 개인적 생각을 담은 글임을 먼저 밝힌다. 직업으로서의 유아교사는 경제적/업무의 강도 , 사회적 인식, 개인적 생각 이렇게 3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경제적/ 업무의 강도

유아교사는 업무의 양에 비해서 많은 월급을 받는 직업이 아님은 언급하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측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업무의 강도’ 부분이다.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업무의 강도는 굉장히 강하다. 나의 이전 글에서도 여러 차례 표현을 했으나 교사의 일은 끝나도 끝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들이 지속성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한 달 동안 행사나 서류를 힘들게 마쳐놓으면 바로 다음 달의 행사와 서류가 ‘까꿍’하면서 등장한다. 또한 유아들이 건강한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도하는 것이 유아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나 서류 업무도 만만치 않게 많고 필요하다. 

교사들의 직업적 만족도를 낮추는 이유 중 하나는 해야 할 서류에 비해 서류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한다. 유치원에 출근하면 현장에서 해야 할 일들이 넘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퇴근 이후, 주말에 자신이 미처 하지 못했던 서류를 마무리한다. “나는 부자가 될 거야.”라는 마음으로 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월급이 아주 조금씩 오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업무의 강도를 현실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길 바란다.     


사회적 인식

누군가에게 직업을 밝히면 “진짜 어렵겠다.”“아이들이란 놀아주는 거 진짜 힘들겠다.”라는 반응을 얻을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유아교사 업무의 어려움에 대해서 공감해주는 것은 좋으나 개인적으로 유아교사가 힘든 일을 하는 직업 임에 동시에 꽤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들기도 한다. 

영유아기는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속한다. 짧은 시기에 신체적, 언어적, 사회적 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그 예로 처음에 태어날 때는 ‘응애’ 울며 말이라고는 전혀 하지 못했던 아이가 6,7살이 되면 거의 성인과도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유창하게 말을 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유아기의 경험은 평생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교사는 유아들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아이들의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도록 여러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나눠야 하고,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통해 감수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사회적 기술도 알려주어야 한다.     

다만 안타깝게도 유아교육이 화제에 오르는 순간에는 이유가 ‘아동학대’, ‘기관 사고’와 관련되어 있을 때가 많다. 나는 아동학대 기사가 뜨면 덩달아 긴장한다.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끼며 기사의 내용을 살펴봄의 동시에 사람들의 댓글을 읽는다. 대부분의 댓글들은 아동학대를 저지른 교사에게 분노의 화살을 쏘지만 몇몇의 사람들은 유치원 교사라는 집단에 대해서 비난한다. 무책임한 비난과 마주한 그 순간 상실감과 슬픔이 차오른다. 아동학대는 가정에서도 기관에서도 절대로 일어나선 안될 범죄이다. 유아기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교사가 아동학대를 저지른 것은 같은 교사인 입장에서도 결코 옹호할 수 없다. 아동학대 기사를 접할 때마다 유아교사라는 직업의 무겁고도 무서운 책임감을 고스란히 느낀다.     


개인적 생각

위의 2가지 측면에서만 장점이라고는 거의 없는 직업처럼 묘사를 하였으나 이 직업은 생각보다 웃을 일이 많은 직업이다. 유아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은 대부분 아이들로부터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유아들이 우리 반 선생님을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에 유아 교사는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직업이다. 작년에 7살 반의 담임을 맡았을 때에는 거의 매일 편지와 종이접기 선물을 받았다. 가끔은 ‘과연 내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만큼 대단한 사람일까?’하는 약간의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나에게 쏟아지는 순수한 애정표현들을 바라볼 때면 ‘그래 이 맛에 유아교사하는 거지.’하며 기쁨을 느낀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유아교사의 장점이다. 처음에는 글자 쓰는 것을 어려워했던 아이가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에는 여러 문장을 무리 없게 쓸 수 있게 되었을 때, 혹은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기 힘들어했던 아이가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바른말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이런 순간순간들이 교사에게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근무를 하면서 어려운 순간도 정말 많았고 때로는 유아 교사직에 대한 반발심을 느끼면서 그만둔 적도 있지만 아이들을 통해 강한 생명력과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아교사란 직업을 향한 시선의 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