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솔 Oct 07. 2021

작은 선의

길가를 지나다 보면 쓰러진 가게 홍보 배너들이 종종 눈에 띈다. 쓰러진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쓰러진 배너들은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함은 안겨준다. 아주 어릴 때의 일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7,8 쯔음이었던  같다. 좁은 길가에 가게 배너가 쓰러져 있었다. 사람들은 쓰러진 배너 위를 밟고 길을 지났고 결국 배너는 완전히 쓰러져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배너에 눈길이 갔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멍하니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그때였다. 노쇠한 할아버지  분이 다가와 쓰러져 있는 배너를 일으켜 세우곤 말없이  거리를 지나갔다. 할아버지 덕분에 세워진 배너는  이상 통행에 어려움을 주지 않았고,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편하게  길을 지나갈  있었다. 약간의 혼란스러움과   없는 감정을 느낄  있을  엄마가 한마디 건넸다.

“부끄럽지 않니?”

그 순간 나는 내가 느꼈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끄러움’이었다.  

    

할아버지는 누구도 하지 않는 사소한 행동을 기꺼이 함으로써 사람들의 통행에 도움을 주었다. 어린날의 나는 대가 없이 선의로만 배너를 일으키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따듯함과 그저 바라만 보았던 나에게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 같다. 이후 길가에 쓰러져있는 배너를 보면 자동적으로 일으켜 세우는 습관이 생겼다. 또 다른 누군가가 나의 행동을 보며 어릴 적 내가 느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면서......  


매거진의 이전글 일기를써야 하는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