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어린이집 옆에 있는 돈까스 맛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돈까스와 카레가 나오는 1인 세트를 시키자 먹음직스럽고 알찬 식사가 나왔다.
고소한 카레향이 오늘 고생의 보답인 것 같아 괜시리 마음이 좋아져 서둘러 먹기 시작했다.
달짝지근한 카레에 밥을 비빈 후 숟가락으로 떠먹으려 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왜일까? 숟가락이 너무 커서 작은 카레 용기에서 뜨기에는 번거로웠다.
잠시 숟가락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메뉴판에 적힌 문장이 보였다.
‘밥은 포크로 눌러서 드세요.’
바쁘게 움직이던 숟가락을 내려두고 옆에있는 포크를 집어들었다.
포크로 밥을 눌러서 먹어보니 정말로 숟가락으로 먹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포크란 음식을 찍어먹을 때 용이하도록 만들어졌는데, 밥을 눌러 먹을때에도 사용될 수 있구나.
불편한 사항이 개선되니 더욱 맛있게 느껴져서 다시금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우리반에 작고 귀여운 하린이는 항상 밥을 포크로 찍어먹는다. 살펴보니 찰기가 있는 밥을 숟가락을 먹으려면 손에 힘을 주어서 잘라내야 하는데 포크로 먹으면 떡처럼 찍어먹기가 편해서 그런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최근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한 연준이와 승우는 젓가락으로 밥을 집어 먹는다. 젓가락을 사용하여 밥을 먹을 수 있음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며 친구들의 선망에 가득한 눈길을 즐긴다.
식사시간이 시작되면 그들은 자신의 식판에서 포크를 빼면서 “선생님 포크는 다시 줄게요.”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포크 뿐만이 아니라 숟가락도 함께 뺀다.
“저는 젓가락으로만 먹을거에요.”
왜 아이들은 숟가락으로 밥을 먹지 않을까?
식사 시간마다 숟가락 전도사가 되어 밥을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도록 안내하기를 여러 차례,
아이들은 숟가락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카레에 비빈 밥을 포크로 열심히 눌러 먹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왜 숟가락으로만 밥을 먹어야한다고 생각했을까?
포크든 젓가락이든 자기가 편리한 도구로 선택하여 먹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창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면 원 없이 젓가락 좀 사용하면 좀 어떤가?
(숟가락 – 밥,국 젓가락 – 반찬) 이라는 사회적 공식에 아이들을 맞추려는 교사의 욕심은 아니었을까?
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서면서 다짐했다.
내일부터는 밥을 포크로 먹어도, 젓가락으로 먹어도 그 모습 자체로도 존중해줘야지.
교사 일을 하면서 늘 느끼고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