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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지 Apr 05. 2022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

2022. 4. 5. 매일묵상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민수 21.7)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 (요한 8,29)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입니다. 

매일 말씀을 읽는 것은 순서에 따라 성경을 읽는 성경통독과는 조금 느낌이 다릅니다. 


성경을 통독하면 성경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반면, 오늘의 말씀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요.

이와 달리 매일 말씀을 읽는 일은 성경의 흐름을 알 수는 없지만 독서와 복음의 말씀이 연결되어 있고 오늘의 말씀이기 때문인지 전례력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사순 제 5주간이지요. 곧 부활이 다가올 것입니다. 사순절... 하면 힘들었던 일들이 많이 떠오르고

내가 하느님께 봉헌해야 하는 그 무엇과 희생할 그 무엇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사순에는 특별히 더 힘든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부활함과 동시에 저를 괴롭히던 고통도 끝날 것이라는 피상적인 기분에 빠지기도 했지요.


그런데 이번 사순은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제 마음이 성경통독을 하던 작년과 달리 나태해져서일까요?

매일 묵상을 올려야했던 부담감은 긍정적인 작용을 했는지 단 한순간도 제 생각이 하느님을 떨어져 있어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올 해는 자꾸 나태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늘 깨어있고 겸손한 자세와 경외하는 마음을 지니리라 했던 다짐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어느새 나태하고 교만해진 제가 그 자리에 있네요. 마음을 자꾸 다잡아도 질긴 것이 관성인지라

저는 자꾸 본래의 저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 독서말씀에서 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고된 이집트 노예생활에서 탈출했던 기쁨과 감사는 광야의 오랜 세월동안 잊혀져, 지금 자신들이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더이상 기쁨이 되지 않았지요.


"어쩌자고.. 당신들(하느님과 모세)은 우리를 이집트에서 끌어내어..."


어쩌자고 이집트에서 끌어내어 광야에서 죽게 하느냐는 말을 서슴치 않고 내뱉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만나조차 보잘것 없는 양식이라며 진저리가 난다고 말합니다. 

과거를 잊고 현재를 살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봅니다.. 과거의 고통을 잊고 현재를 감사하지 않으면 그 현재는 아무 의미없는 곳이 되고 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느님은 진노하시어 그들에게 불뱀을 내리셨고, 또 그들을 살리려고 모세에게 구리뱀을 만들라 말씀하십니다. 이 독서말씀이 사순절에 나온 것은 아마도 지금이 우리가 사순이라는 긴 기간을 보내오면서 유혹에 빠지기 쉬운 때라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순절을 처음 맞이하던 때의 각오나 다짐이 흐릿해지고 다시금 교만이 머리를 들을 때, 하느님은 말씀하십니다. 구리뱀으로 상징되는 생명을 기억하라고요.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보다 값진 것이

하느님의 뜻대로 오늘 하루를 살았나 돌아보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언제든 불뱀으로 경고를 이어가실 수 있는 주님께

오늘도 겸손한 하루를 봉헌해야 할 거 같아요... 

저희에게 생명을 주시기를...

저희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 하느님께서 늘 저희와 함께 해주시기를 말입니다. 


코로나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나날입니다..

부디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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