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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Dec 06. 2023

너는 후진국형 부모가 될래?

오소희 작가에게 반한 1인


우연히 오소희 작가의 책을 읽고,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의 글에는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 넘쳐난다. 몽땅 내 머리속에 담아두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책은 그냥 한 번 읽고 덮어버리면 다시는 기억이 나지 않을까봐, 나이들면서 무뎌지는 내 얕은 기억력과 함께 휘발되버릴까봐 기록으로 남겨둔다.


다음 글들은 오소희 작가의 <엄마의 20년>과 <엄마 내공>이라는 책에서 내 멋대로 마음에 들어서 꼭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나'를 잃어버렸는데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엄마들은 다양하게 자신만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저는 그 이유들이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
그리고 입시 중심적인 사회.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은 낮은 임금, 보육시설 미비 등 다양한 장애물에 걸려 차단당합니다. 입시중심사회에서 여성의 사회활동은 대학입시까지 무려 20년을 차단당합니다.



자식 대학으로 엄마 능력을 증명하는 구닥다리 자랑질은 신사임당이 5만원권을 차지했을 때 박수 치고 끝내야 했습니다.



이 책의 말미에 이르면, 더는 아이를 자랑으로 삼는 후진국형 부모가 되고 싶지 않을 거예요. 아이가 자랑으로 삼는 선진국형 부모가 되고 싶어질 겁니다.



이 시절의 여성들에게 육아란 어떤 것일까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선진국다운 의욕으로 시작했지만
개발도상국다운 경쟁으로 끝나는 공허.

요즘 엄마들은 세상의 온갖 육아법과 육아용품을 온오프라인에서 비교합니다. 지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전에 없이 풍요로운 세대지요. 그러나 이들은 이전과 달리 육아 자체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공동체가 파괴된 도시에서 성장했고, 형제도 적었기 때문에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육아를 보고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더구나 참고서만 붙잡고 책상에서 자란 입시세대다 보니, 육아가 생애 첫 "사람잡는 육체노동"이 될 수 밖에요.



방문을 닫는 동시에 아이에 대한 생각도 끊습니다. 그리고 만세 삼창하듯, 자신에게 세 번 말해주세요.
"내 인생은 나의 것, 애 인생은 애의 것."
"성적으로 팔자 고치던 시절은 끝났어."
"게이머, 유투버, 앱 개발자, 그리고 내가 알지도 못하는 직업이 각광받는 시절이다."

아이의 성취는 언제라도 대견한 일일 겁니다. 우리는 늘 그것을 응원해줄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나의 성취로 착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의 실패는 언제라도 가슴 아픈 일일 겁니다. 우리는 늘 그것을 위로해줄 거예요. 하지만 그것을 나의 실패로 간주하지는 않을겁니다.



스타벅스 같은 카페에 가는 겁니다. 가서 프라푸치노 한 잔 딱 시켜놓고 읽는거죠. 메뉴판을 올려다보며 한숨 쉬다 제일 싼 거 시키는 짓, 이런거 하지 마세요!
나를 홀대하는 것도 습관입니다.

그 습관부터 깨뜨려야 해요. 더 비싸봐야 천 원. 내가 지금 꼭 먹고 싶은 음료를 시키세요. 음료가 아까워서라도 더 오래 책에 집중할걸요? 천원 더 들여서 삼사천 원어치 더 읽으면 본전 뽑는겁니다.
 
이왕이면 옷도 멋진 걸 골라 입으세요. 향수도 뿌려요. 자신이 아름답고 향기로우면 기분 좋잖아요? 나에게 기분 좋은 긴장감을 주고 폼 나게 책을 읽는 거예요.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나는 매일 등산하며 건강을 관리하잖니.
오늘도 등산 친구들과 점심 먹고 나서 노래교실에 갈 거란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다.
나한테 신경 쓸 건 아무것도 없다.
너는 네 가정만 잘 챙겨라."

우리가 이런 친정엄마나 시어머니한테 뭐라고 하지요?
"훌륭한 어머니"라고 하지요?
이건 엄마계의 노벨상이에요.



육아의 시간을 버티지 말고 즐겨라. 놀이터에 가면 같이 미끄럼틀을 타라. 옆에 앉아서 스마트폰 뒤적이지 말고 제발, 엄마 너도 놀아라.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얼마나 놀기에 좋은 날씨인가? 한바탕 뛰어놀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살도 빠진다.

아이는 자신의 놀이대상만큼 큰다. 무조건 데리고 자연으로 가라. 키즈카페 가지 마라. 그곳은 빤한 놀이공간이다. 놀이는 언제 어디서나 무한한 가능성으로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 가능성을 가지고 놀아야한다.

집 근처에 숲, 공원, 큰 서점이나 도서관을 가까이 두어라. 낮이나 밤이나, 비가오나 해가 뜨나 걷게 하라. 매 시간이 다르고 매 계절이 다르다. 그 다름을 느끼는 것이 예술이고 살아가는 의미이다. 아이를 그을리게 하라. 풀과 흙, 벌레를 만지게 하라. 더러운 옷을 입게 하라.

기게 하라. 구르게 하라. 뛰게 하라. 적당히 긁히거나 까져도 된다. 회복되는 과정은 언제나 성숙과 인내를 배우게 한다. 최대한 몸을 움직이게 하고 감각을 쓰게 하라.





아이는 엄마와도 다르고 아빠와도 다른, 개별자로서의 특징을 드러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부모는 자꾸 아이의 예상 밖 모습에 당황하고 서로 날 안 닮고 널 닮아 그렇다느니, 그것도 아니면 도대체 누굴 닮아 저런지 모르겠다느니 책임 소재를 찾아 헤맵니다. 금세기 최고의 과학자들도 답을 얻지 못한 유전학과 뇌과학 분야에 뛰어들어 결론을 내려는 식이죠.

부질없는 짓입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아이가 또 다른 하나의 존재일뿐이라는것.

엄마들은 태교를 시작하면서부터 매우 이상적인 아이의 상을 그려놓고 아이가 성장 과정 중 그에 딱 맞는 모습을 하나씩 보여주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우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꿈꾸고 결혼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그렇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원가족도 내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요. 내가 만든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도, 아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그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므로 제발, 엄마는 아이에게 "뜻"을 갖지 말기 바랍니다. 애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애가 보여주는 대로 받아들입시다.  



그런데 이 땅의 "엄친아"들은 대부분 만들어집니다. 그 완벽한 "제작"을 위해서는 가장 격렬한 사춘기에, 가장 확실하게, 아이의 생에 대한 주도성을 꺾어놓아야 하죠. 꺾고 들어가지 않으면 결코 몸에 맞지 않는 옷이 특목고를 향한, 초지일관된, 빈틈없는,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그 장치를 통과한 가정을 들여다보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아주 어릴적부터 무시무시한 "겁박"과 "폭행"이 존재합니다. 쉬쉬할뿐이죠.




엄마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당신 아들 이상하다"라고 말해도 "너는 있는 그대로 완벽해"라고 매일 말해주며 자식을 보듬어주는 존재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계속 못마땅해하고 문제 있게 바라보면 그 시선 자체가 아이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됩니다. 그리고 결국 문제를 지닌 아이로 자라날 확률도 높아집니다.




"어린이"의 TV시청과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은 성문화된 약속, 예를 들자면 오후 2-3시 사이에 한다, 하루 1시간만 한다 등 부모와 아이가 합의한 바를 종이에 써서 붙여놔야 합니다.
이때 성문화 조약은 법전처럼 세세할수록 좋습니다. 이를 한 번 어길시에는, 세번 이상 어길시에는, 시험 전 날에는.. 식으로 상황에 따른 세부조항도 구체적으로 협의하여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준수하기 위한 부모의 감독과 아이의 훈련은 지속적으로 요구됩니다.
아마도 전쟁이 될겁니다.. 전쟁 뒤에는 다시 양자 간의 합의하에 세부 조항을 수정합니다. 끝이 없습니다. 사춘기가 끝날때까지..



남자는 생리적으로 안에 쌓인 것(정액, 땀 등)을 방출하지 않으면 이상행동을 하는 종족입니다. 다시 말해 방출하고 나면 아주 고분고분해진다는 뜻이죠.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하는 여자아이들과 달리 확실하게 30분쯤 놀아주고 나면, 몇 시간씩 누구의 관심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미뤄두었던 할 일에 알아서 집중하기도 하고요.
 
저도 중빈이가 초등5-6학년때 숙제를 펼쳐놓고 뭉기적거리고 있거나 하면 "너 왜 숙제 열심히 안 해"가 아니라 "너 빨리 나가서 놀다 와!"라고 했습니다. 한두시간 정도 땀을 뻠뻠 흘리며 축구를 하고 들어온 아이는 초스피드로 초집중하여 할 일을 끝내곤 했죠.



오소희 작가의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고 기억에 남는 구절을 꼽자면 단연코 "선진국형 부모와 후진국형 부모의 차이"에 대한 부분이다. 선진국형 부모는 아이가 부모를 자랑스러워하지만, 후진국형 부모는 부모가 아이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한다. 와.. 지금까지 나를 포함한 우리 주변의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특히 엄마들이 자랑스러운 자녀를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는데.. 그게 후진국형 부모였다니. 물론 자식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한 엄마들의 지난 세월을 깎아내리자는 취지는 아니었을것이다. 지금껏 우리 사회의 엄마들은 자녀의 입시에 매몰된 삶을 사는 경우가 너무 많았는데, 어느 정도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이뤄내서 우리 세대의 엄마들은 어느 정도 교육도 받고 자신의 견해도 가질 정도의 위치를 갖추게 되었으니, 더이상은 자식 교육에 내 모든 것을 걸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훗날 내가 자랑스러워할 자녀를 만들어내기 위한 육아를 하기보다, 아이가 커서 자랑스러워할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이의 삶에 너무 매몰되어서 일희일비 하지 않고, 큰 가지는 추려주고 좋은 환경은 제공해주되, 나에게 좀 더 집중하고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요즘 세대 젊은, 교육받은 엄마들도 자식 교육을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교육이라기보다 치료에 더 집중한다고 볼 수 있지만) 내 자식에 대한 어떤 이상적인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놓고 그 모습과 일치하지 않은 현실의 내 아이와의 간극 때문에 얼마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이제는 많이 적응하기도 하고 안정을 찾았지만, 이 책으로 인해서 더 큰 위로와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전반적인 방향과 나침반은 정해주되, 자녀의 입시만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나는 내 인생을 살고, 아이는 아이 인생을 살아야한다. 매일 이 말을 외치라고 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나면 철저히 잊어버리고, 내 할 일을 찾아서 몰입해야 한다고..


내가 의미있는 할꺼리가 없으면 동네 엄마가 든 새 샤넬백에 눈이 가고 부러워지지만, 예쁘게 꾸미고 카페에 가서 앉아 음료수 하나 시켜놓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도서관에 가서 내 취향의 책들을 골라오는 날에는 남의 명품백을 봐도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된다. 나는 물질적 가치를 넘어서는 마음의 지혜를 쌓고 돌아오는 길이잖아하는 생각이 들 수가 있다고  이야기한 부분이 참 공감이 갔다. 


오소희 작가는 어찌나 현실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제시하는지, 몇몇 부분은 나와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아껴읽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진심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책을 읽은 것 같아서 꼭 기억해두고 싶고 작가의 다른 책도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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