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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May 06. 2024

대기업 복지 혜택 이 정도라니

어린이날 행사에 감동받은 대기업과 관련 없는 사람

친구네가 우리나라 최고 기업(?)에 다니는 덕분에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날 행사에 초대받았다. 이전에도 초대해 준 적이 있는데 여행 등 사정이 있어서 못 가봤다. 


친구는 '매년 하는 행사인데 뭐 크게 재미난 건 없으나 어린이날 기분낼 정도는 되니까 시간 되면 오라'는 정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튼 큰 기대 말고 시간 되면 와도 좋다는 의미였다. 


친구의 캐주얼한 메시지만큼이나 나도 별 기대 없이 행사장으로 향했다. 사실 이 회사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가을 가족 음악회라고 해서 신호등의 이무진 같은 꽤 유명한 가수들 불러서 하는 공연무대에도 가봤고, 회사에서 야구장 티켓이 무료로 나왔다고 해서 갔는데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운 VIP석이라서 깜짝 놀란 적은 있다. 


어린이날 행사의 규모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내가 여태 아이를 데리고 이런 정도의 행사를 가본 적이 있나 자문해 보았다. 어디에서도 이런 스케일의 행사는 없었다. 내가 이런 종류의 행사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니지 않은 원인도 있을 수 있지만. 


행사장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대형에어바운서에서부터 포토존, 타로카드, 페이스페인팅, 만들기 등 다양한 놀이체험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이는 도착하자마자 넋이 나간 듯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쫓아다닐 새도 없이 이내 사라져서 이 체험 저 체험 다 하고 다녔다. 부지가 커서 아이를 놓치고 잃어버릴 가능성도 높았지만 크게 걱정되지 않았던 건 운영요원이 엄청나게 많아서 금방 찾을 수 있었고 미아 찾아주기 시스템도 체계적이었다. 


어느 체험부스를 가든 직원들이 많았고 오늘은 어린이날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듯,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매우 친절했다. 공연무대에서도 어린이들이 열광할만한 마술쇼도 진행되었고 다양한 퍼포먼스의 무대가 이어졌다. 내 눈에 띈 건 운영본부 근처에 있던 119 소방차와 응급구조차였다. 만일의 응급사태에 대비해서 마련된 것 같았다. 


아이는 어디 가서 받아왔는지 이런저런 선물을 몽땅 받아서 들고 왔다. 한 손에는 배스킨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이 비싼 아이스크림을 일인당 하나씩 다 나누어준 것이다. 이외에도 간식 선물은 계속 이어졌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도넛 세트도 주고, 과자에 음료수, 어른들을 위한 커피까지 정말 모자람 없이 펑펑 쏟아졌다. 


나는 속물인 걸까. 

이럴 때 꼭 이런 생각이 든다.


"이 행사 운영하는데 대체 돈을 얼마나 쓰는 걸까? 이 돈이 다 얼마야.."



아무리 대기업이라지만 어린이날 행사를 하는 것은 무언가 생산적인 경제활동으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은 아닐 것이다. 백 퍼센트 직원과 그 가족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하는 건데 이렇게나 규모도 크고 돈도 많이 쓰다니.. 대기업이 다르긴 다르구나. 



무엇보다 눈에 띈 건 모든 행사 진행과 운영이 굉장히 체계적이고 시스템화되어 있어서 빈틈이 없어 보였다. 초대해 준 친구네에게 무한 감사를 표시하면서 황송하게도 이 모든 혜택을 이 기업 직원의 친구라는 자격으로 모두 누릴 수 있어서 더욱 감동이었다. 제공된 점심 도시락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로 푸짐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한 번 더 감동하면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나의 계속되는 찬사에 친구는 별로 무감동한듯한 반응이었다. 


"우리는 매년 오는 행사라 글쎄.." 



친구네 아이들도 항상 왔던 데라서 재밌긴 하나, 큰 감동은 없는듯한 분위기였다. 본인들이 얼마나 대단한 걸 누리는지 모르는구나..! 


나와 아이는 이런 행사가 거의 처음이고, 특히 어린이날에 어린이로서 대접해 주는 듯한 친키즈적인 느낌으로 가득한 이곳이 큰돈 쓰고 들어가는 놀이공원을 제외하고, 굉장히 생소했기에 모든 게 더 신기했던 나와는 달랐던 것이다. 


친구가 잔뜩 챙겨준 선물꾸러미와 간식 봉지를 들고 집에 와서 남은 간식들을 먹으며 나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행사의 규모에 대해 한 번 더 찬양했다. 남편은 같이 먹으면서 한 마디 한다.


 "나도 S전자 들어갈걸 그랬나..?"



뭐, 꼭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닌데 괜히 남편 앞에서 내가 너무 칭찬이 과했나 싶다. 


"이런 복지를 누리기 위해 직원들은 얼마나 열심히 회사에 몸 바쳐 일하겠어.. 다 장단점이 있는 건지." 하며 도넛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남편이 회사원이 아니라 아쉬운 것도 아니고 다 나름대로 직군의 차이가 있을 뿐임을 알고 있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내년 어린이날 행사에도 꼭 초대받았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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