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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Jul 19. 2024

여자친구 키가 작아서 다행인 이유

명품백과 체구의 상관관계

백화점 명품 쇼핑 이야기가 나왔다. 어차피 가봤자 에르메스는 웨이팅 하고 매장 들어가기도 힘들 거고, 만약 운이 좋아 들어갔다고 해도 살 수 있는 물건도 없을 거라는 뻔한 이야기였다.


그 남자는 말했다. 여자친구가 그래도 에르메스나 샤넬보다는 셀린느 느낌의 브랜드를 좋아해서 왠지 덜 부담된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리고 또 추가된 한 마디에 나는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인 게, 여자친구가 키가 작고 체구가 작은 편이라서 큰 가방이 안 어울려요. 그래서 그런지 작은 미니백 스타일을 좋아해요."



가방 크기가 클수록 가격은 비싸고, 작을수록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해지는 건 명품 브랜드에서도 적용되는 원리다. 뭐 일부 해당되지 않는 브랜드나 상품도 있을 수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여자친구 체구가 작으니, 큰 가방은 안 어울리고, 그래서 미니백을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미니백은 그나마 덜 비싸니까 남자친구에게 부담이 덜 간다는 논리에 나는 물개박수를 치며 웃었다. 만약에 키가 크고 체구가 커서 미니백은 도저히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면 늘 큰 가방을 사야 할 텐데 그렇다면 부담도 몇 배라는 논리로 귀결되는 건가 혼자 의아했지만.


자세한 속사정은 모르지만 그분 여자친구 스스로 능력이 되기 때문에 그런 명품을 선물로 요구한 적도 없고 갖고 싶으면 자기 능력으로 사는 친구라고 한다. 되려 남자친구 액세서리도 한 번씩 사주는 편이라고.


그 남자가 왠지 부담이 덜 된다고 말한 것은 앞으로 결혼을 하거나 같이 살게 되더라도 한 두 번은 가방 선물을 해야 할지 모르는데 왠지 미리 마음이 놓인다는 속뜻이 있는 것 같았다.



아. 나중에 내 아들도 웬만하면 키가 작은 여자친구를 만나라고 해야 하나 어이없는 노파심까지 드는 건 뭔지. 나라는 사람도 명품을 딱히 싫어하지도 않고 실제로 서너 개는 소장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무슨 심보인지 몰라도 나중에 내 아들이 만날 여자친구는 명품을 별로 밝히지 않는 수수한(?) 여성이면 좋겠다. 


명품소비사회에 살면서 보고 듣는 것도 있고 당장 백화점만 가도 저마다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내세우는 브랜드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여자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나조차도 자주 흔들리기도 하기 때문에 자제하고, 분수에 맞는 소비를 하느라 나름 애를 쓰고 있지만. 


명품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어떤 식으로든 인생의 큰 대소사에서 의무처럼 럭셔리한 물건을 소비하는 우리네 처지라면, 그래도 금액이 적게 드는 작은 가방이 어울리는 체구라면 여러모로 윈윈이 아닌가 싶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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