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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pr 06. 2022

가족끼리 있기나 할까

적당한 타협점

가족끼리 내려놓기 시작점은 언제고 끝점은 있기나 한 걸까.

남의 시선 신경 끄는 그 순간이면 가능한 걸까. 나 혼자 산다는 프로그램도 있던데,

독립한 시점부터 죽을 때까지 혼자 사는 건 온전한 혼자가 맞는 것일까.


아침 등원 차를 신나게 잘 타러 나오던 5세 반 S가 정류장 저만치 떨어져 엄마랑 한참 얘기 중이다. 차창 밖을 보니 엄마께서 S가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조곤조곤 얘기를 해 주는 듯해서 기다렸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오자 차로 오는 것이 아닌 집 방향으로 다시 돌아갈 참이다.


아이 맘이 풀리지 않았고, 등원 않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걸로 결론이 났나 보다.

딸에게 알아듣게 얘기를 해줬을 텐데,  자기주관 뚜렷한 S가 끝까지 수긍을 하지 않았던 듯.


저 상태로 집으로 돌아간들 엄마와 아이가 서로 평온하고  안온한  시간 보낼 리 없을 터라 발길 돌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S는 뛰어온 나를 보자 지원군이 나타났단 표정 지으며 내미는 손을 잡고 순순히 따라오며

“제가 좀 앵그리 했거든요.

아니 집에서 밥 먹다가 TV를 좀 봤거든요. 재밌는데 엄마가 끄는 거예요...”

해피,  새드, 타이얼드, 앵그리   등  영어 시간

배운 것 중  앵그리  표정이  기억에  남았나.  대입시켜  말하는  입모양이  너무  귀여운데,

웃으 면  자기  화난  맘  몰라준달까봐

웃지도  못하고  꾸욱.


차에 올라타서도 5세답게 한참을 같은 말로 되풀이하듯  말했다.


하필  그 재밌는  꼭  안보면  안될거  같은  장면에서

꺼버렸으니.


상황은 이미 눈앞에 훤히 그려졌다.

1~2분이 빠듯한 아침 시간, 더군다나 셔틀버스에 시간 맞춰 나서려면 좀 바쁠까.

곤히 자는 아이 깨워 씻겨야 하고 밥 한 술 애걸복걸하며 먹여놨더니.

이 옷 저 옷 맘에 안 든다고 하질 않나,

이 머리띠 저 머리핀, 구두는 이거 저거 비위 맞춰 꽃단장으로 일단락.

지금이라도 겨우 나서야 시간 맞겠다 싶은데,

오줌이나 똥이 마렵다 해도 승질 날 지경이거늘, 보던 TV 더 보겠다고 떼쓰고 있으면...


가깝지도 않은 원에 데려다 줄 걱정 한 바가지인 엄마 속도 모르고,

늘어지게 TV 보겠다는 아이는 다그치는 엄마가 밉기만 한.


다행히 S의 상황은 대충이나마  보고 있었기에 맘 풀어주기 좋았고, 원 도착 전에 이미 다 풀어져

옆 친구랑 장난치며 놀고 있었다.


5세인 S 나이에선 등원 시간 무시하며 TV를 더 보고 싶다는 걸로 엄마랑 큰 부딪힘이 있

지만, 나이에 따라 또 다른 갈등은 순번을 받은 듯 기다리고 있다는 거.

그럴 때마다 정면으로 맞서면 서로 맘의 날만 더 날카로워진다.


어느 한쪽이 무뎌  꺾인  듯 내려놓아야 하는데, 대개 조금이라도 더 성숙한 사람이 받아들이는 걸로.

그러지 않고서야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는 말 나올 터이다.


다  큰  따닝과  아드닝이  한 집에  볶닥거리고  있는 우리집도  서로가  맘에  안  드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호호히히 거릴 수 있는  건  어느 한 쪽이

툭 내려 놓은 것이  있어서.  어느  때고 날 세울  준비는  항상  되어있지만 말이다.


남이면 기어가고 걸어가다 날아간들 무슨 상관하면 되지만.


가족끼리는 남들보다 더 잘나고 더 뛰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깔려 있어서다.

거기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 하면서

좀 더 수월하게 돈 벌고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있어 더 부딪힘이 많은 것일 테다.


무슨 일을 하고 안 하고 될 대로 돼라! 이런 맘이 아니니까 더 힘이 드는 것이다.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 가족끼리도 순조롭고 평온한 시간 가지기 위해선

그 시기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참 풀기 어렵고 영원히 풀지 못할 거 같은 숙제를 안고  있는  이  느낌  이  기분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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