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때부터 J와 결혼할 거라며 만천하에 공표했었기에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 알 만한 사람 다 알고 있는 거.
J가 그렇게 좋을까 싶을 만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맘에 든다는 얘기를 꺼낼 때면 얼굴가득 웃음기로 목소리마저 들떠 있다.
등원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줄지어 뒤에 선 친구와 얘기 중에 J가 소환되었던 모양이다.
부모님도 이웃사촌이라 잘 아는 사이인 데다 서로 품성이 비슷한지 아주 좋아하는 눈치.
숟가락이 몇 인지 알 정도로 가까이 지내는 사이라 얼마나 좋을까 싶은 거다.
이 아이들이 잘 자라 성인이 되어서도 맘이 변치 않는다면...
상상만 해도 이보다 더 이상적이고 신나는 선남선녀가 있을까. 거기에 차곡차곡 쌓인 추억거리만 해도 옆에서 보고 듣는 사람이 가슴이 떨리고 설렐 정도다.
요즘 아이들이 결혼할 상대를 이야기할 때면 놀랍기만 하다. 해를 더할수록 뚜렷한 기준이 명확해지는.
대 여섯 살 때 좋아하던 아이가 변함없이 좋을 수도, 일곱 살 되면서 정말 좋아하는 대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 누가 봐도 눈에 띄는 한 아이를 모두 좋아하던 것과는 달리 일곱 살이 되면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이유로 맘에 들어한다는 것이다.
‘내 맘에 드니 다른 아이를 좋아하거나 말거나 나만 좋으면 돼.’
적어도 그런 생각은 아니라는 것.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 걸 아는 순간, 자기 맘에서 제외시키지 않고서야 짜 맞춘 듯 저리 고루 한 명씩 다른 이름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털털하고 소탈한 S가 있어 더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갔을 터. 일곱 살 꼬마 숙녀 넷의 이유 있는 좋아하는 남자 친구 이름을 말할 땐 제법 큰 아이들 같다.
S는 변함없이 J군이 좋고. 잘 생긴 데다, 곧 자동차도 한 대 사 줄 거라고 했다나.
아니 벌써 경제적 능력으로 승부를 보이다니.
몸집 작아도 친구들 여럿 앞에서 통솔력 발휘하며 놀이하던 H는 곱슬머리 O군이 멋스러워 좋단다. 허튼소리 안 하고 매너까지 있는 O군은 H가 아니었어도 좋아하는 이들이 여럿 있을 듯.
조용조용 있는 듯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를 내며 예쁜 고양이 닮은 J는 스마트한 Y군을 좋아하는 이유로 꼽았다.
순둥순둥 맨날 수줍은 미소로 대신하는 A는 화도 잘 안 내고 방글방글 잘 웃는 순진하고 착한 N군을.
짝꿍으로 정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맘에 드는 친구를 말하는데, 내가 봐도 어쩜 이리도 어울리는 짝꿍을 말하는지 놀랍기만 할 뿐이다.
7세 반 두 반 합쳐 마흔여덟. 소수라고 말하기도 다수라고 하기 애매한 숫자지만, 그 속에서 맘에 드는 친구들이 확실히 있다는 거. 스윽 지나치듯 물어볼 때면 엉뚱하게 안 어울리는 친구 이름도 말한다. 그래도 좋아하는 이유만큼은 분명해졌다는 사실. 한 살씩 더할수록 더 명확한 사실이 생길 터.
여섯 살 때 L군은 너무 소심해서 이름 한 번 안 불리더니 어머나 세상에! 일곱 살 반 되면서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자주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외모나 성격이 하루아침 확 달라지진 않을 텐데...
잘 들여다보고 살펴보니 다름 아닌 학습시간이 늘어나 거기서 빛나는 능력을 엿보았을 때 탁월한 친구를 좋아하는 것이다.
본능적인 것일까. 허우대만 멀쩡해서는 안정된 삶을 살기 힘들고 능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한마디로 똑똑하고 영리하며 까불거나 다른 친구를 괴롭히지 않는 소심한 L군은 만인의 연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여섯 살 땐 예민하고 까다롭다며 L군 이름 한 번 언급 않더니 반전, 역전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남자 친구는 운동 잘하면 좋고, 세련되고 영리하며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 분명한 사람. 여자 친구는 뽀얀 얼굴에 착하고 똑똑하기까지 한.
요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좋아하는 그쪽으로 끌리는 그 사람이 정답인 것이다. 솜사탕 같은 사랑은 적어도 자기 생각하는 대로 보일 테니까.
몇 번이고 흩어졌다 모였다 하는 사랑을 맛보다 진정 맘에 뜨는 내 사랑을 찾을 때까지 좋아하는 친구찾기는 계속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