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희 Oct 17. 2023

엄마에게 알뜰폰을 안 쓰게 하는 이유

엄마는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한 번도 3대 통신사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사실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저렴한 통신비로 좀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알뜰폰'이란 것이 생겼다. 사실 엄마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으신 분이므로 알뜰폰은 남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아들이 들들 볶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오빠는 3대 통신사를 쓰다가 어느 순간부터 알뜰폰으로 바꾸었다. 그것에 대해서 어느 가족도 터치하지 않았고, 터치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고 난 이후에 오빠는 엄마의 통신비가 상당히 맘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코로나19로 외출에 제약이 생겨 사람들과 자주 만나지 않게 되면서 굳이 비싼 통신비를 써야 할 필요가 있냐며 알뜰폰으로 이동할 것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당연히 싫다고 하였다. 통신비를 대신 내 주는 것도 아니면서 참견하지 말라고 하였으나 우리 오빠는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면 사람을 달달 볶아서라도 하게 만드는 타입이라 엄마는 결국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서 약 5천 원 정도의 요금의 알뜰폰으로 갈아타야만 했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외출 횟수가 많아짐에 따라 오빠가 지정한 요금제로는 턱없이 부족해졌단 것이다. 오빠는 고작 60분 무료 통화에 1기가 남짓하는 데이터 요금제를 설정해놓았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사달이 났다. 사실 사달날 것이 뭐가 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오빠의 또 다른 특징은 사후관리는 전혀 안 하는 유형이었다.


나는 이미 알뜰폰으로 갈아타기 전부터 엄마에게 신신당부한 상태였다. 둘이 저지른 일은 둘이 해결하라고. 하지만 그럴 턱이 있나. 엄마는 오빠에게 요금제라도 바꿔달라고 했지만, 오빠는 '엄마가 쓰는 건데 왜 엄마가 해결을 못 해?' 하고 결국 방치했다. 나 역시 그 일련의 상황이 예상대로 흘러감에 짜증나서 신경을 끊기로 했다. 결국 엄마는 한동안 꽤 고생하면서 핸드폰을 사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손을 쓸 수 밖에 없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바로 엄마의 개명이었다. 핸드폰의 명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사후관리따위는 생각도 안 하는 오빠한테 기대하는 건 무리라 결국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알뜰폰이란 것이... 싼 만큼 서비스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서 개명하는데 얼마나 복잡한지  모른다.


일단 상담사와 연결되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는 데다가 개명을 하려고 하니 어디에 등록이 안 되어 있으니 여기다 연락해서 등록을 해라~ 라고 알려준다. 그래서 또 몇 십분을 걸쳐서 등록한 후에 다시 알뜰폰으로 전화했더니 또 뭐가 문제다, 뭐가 안 된다, 뭘 확인해야 한다... 상담사 연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요청한 자료를 보내도 그 자료를 바로바로 확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딜레이가 계속 생겼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상담사가 계속 바뀌었고, 중간에 개명에 대한 것을 아직 제대로 숙지 못한 상담사의 경우는 다른 상담사에게 묻느라 중간중간 기다려야 했다. 결국 알뜰폰에서 개명을 하는데 1시간 30분 이상은 걸려서... 말 그대로 전화통을 계속 붙잡고 나서야 개명이 됐다.


나는 그래서 개명한 김에 바로 3대 통신사 중 하나로 바로 이동을 시켰다. 3대 통신사에서의 진행과정은 무척 수월했고, 얼마 걸리지 않아서 모든 것은 처리되었다. 이 처리과정은 직영점으로 가서 해결을 했는데, 알고는 있었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또한 얼마나 편한 것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알뜰폰은 오로지 전화선에 의지해야 하다 보니 젊은 나조차도 계속 답답했다. 아마 그 1시간 30분 넘게 걸리는 그 일도 만약 만나서 했다면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나지는 못한 상태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이것저것 처리를 해야 하니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시간이 있다.


더군다나 엄마의 경우에는 젊은 사람들과 달리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분이다. 나는 생각한다. 내가 없다면 엄마는 어떻게 알뜰폰 명의를 개명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걸 함께 해 줄 사람이 과연 세상에 몇이나 될까. 어떻게서든 엄마는 처리하기는 했을 것이지만 정말 막막하고, 많이 힘들고 지치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비대면으로 간편하게 이루어지는 요즘의 수많은 과정들이 얼마나 좋은 건지 모르겠다. 최소한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는 악재와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극악의 키오스크만 해도 그렇다. 세상의 흐름이라 막을 길은 없으나 얼마든지 사용자 친화적인 사용방법으로 바뀌어야 마땅한게 갈수록 서비스는 산으로 가는 느낌이다.


3대 통신사의 통신비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내가 옆에 없는 상황에서 핸드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물어볼 곳이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엄마는 핸드폰 들고 가서 그 통신사 직원들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고, 설명 들을 수 있으며, 그들이 또한 일을 처리해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런 걸 생각하면 엄마의 통신비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전화나 인터넷 등의 비대면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는 쉬운 일이겠지만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사람과 만나 대화를 하여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안심이 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물론 이 사태는 오빠가 알뜰폰으로 바꾸라고 강요만 안 했어도 안 벌어질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잘못된 전지적 작가시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