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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수용 Jun 08. 2021

주변인들이 오지랖을 부리는 이유

최근들어 명절마다 나오는 뉴스가 있다. 바로 잔소리에 관한 기사들이다. 이런 잔소리를 피하기 위하여 잔소리비용을 내세우거나 대피소로 대피하기도 한다. 심지어 올해 설에는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5인이상 집합금지를 핑계로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그냥 하루이틀 참고 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명절만 잔소리 폭탄이 떨어질까? 아니다. 우리 주변 곳곳에는 속칭 '오지라퍼'들이 많다. 이들은 직장에서, 동호회에서, 교회에서, 성당에서, 우리 집에서 잔소리를 퍼붓는다. 성격도 제각기 다르고 나이, 성별, 성장배경, 직업도 다 다른 그들이 하나같이 나에게 같은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심리학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우월감을 추구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월감을 얻으려면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어려운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자신의 단점으로부터 유래된 열등감을 잘 활용하여 여러가지 과제를 수행해나가야만이 공동체의 인정을 얻고, 건강한 우월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길은 쉽지 않다. 그 어려움을 예전 베스트셀러였던 책 제목이 잘 설명했다. 바로 [미움받을 용기]다. 개인이 우월감을 얻기 위하여 용기를 가져야 하는데, 이 용기는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늘에게까지 미움받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늘은 커녕 나와 별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미움받는 것 조차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신이 날아오를 용기를 선뜻 가지지 못한다. 


게다가 대부분 열등감을 잘못 사용하는데 열등감을 아예 무시해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잘못된 열등감을 가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함으로써 열등감을 가지므로 건강하지 못한 열등감을 갖게되고, 이는 곧 스스로 건강한 우월감을 포기하는데까지 이르도록 한다. 하지만 인간은 우월감을 갈망하므로 옳지 못한 방법을 찾게 되는데 이렇게 옳지 못한 방법으로 획득하는 우월감을 바로 '가짜 우월감'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짜 우월감을 획득하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지랖이다.


공동체에 공헌을 할 때 인간은 권력을 얻고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


우월감을 위해서는 공동체에 공헌을 해야한다. 쉽게 말하면 공동체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러면 공동체의 인정을 얻어 권력을 얻고, 그로 인해 우월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고통스럽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피하고 다른 사람의 과제에 개입하여 우월감을 느끼는 것을 택한다. 쉽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른 사람의 과제에 개입하는 행위가 바로 오지랖을 부리는 것이다. 자신이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 다른사람이 싫어하든 말든 잔소리를 퍼붓는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조언하는 과제는 자신이 해결할 것도 아니므로 책임에서 자유롭고, 마치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오지랖이 끝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잔소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사실 용기만 있다면 간단하다. 자신의 과제에 초대하는 것이다. 개인심리학에서 과제는 모두 혼자 해결해야하는 과제다. 그러나 두 사람 이상이 함께 해결하는 과제가 있는데 이를 공동과제라고 한다. 공동과제를 형성하는 방법은 과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먼저 도움을 청하거나, 상대가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봤을 때 도와달라고 하면 형성이 된다. 다시 말하면 잔소리하는 사람에게 그 주제를 같이 해결하자고 끌어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명절에 만난 삼촌이 결혼은 안하냐고 물어볼 때, '제가 집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니 전세금 1억만 빌려주세요'라고 해보자. 결혼이라는 과제를 같이 해결하자고 도움을 청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 아무말 안하고 잔소리를 그치거나 화를 낼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책임없이 개입만 하고 싶은데 책임을 지우는 발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결혼을 해야 한다면서 돈을 빌려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진짜 걱정하는 것이니 잘해드리면 된다.




우리가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듯 다른 사람도 잔소리를 듣기 싫어한다. 도움을 청하기 전에는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말자. 그건 그 사람의 일이며 그 사람이 우월감을 성취하기 위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나면 내가 정상이 아닌 것이다. 내가 정상적으로 공동체에 헌신한다면 다른 사람의 과제를 신경쓸 겨를이 없다. 필자는 사회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과제를 충실히 해나갈 때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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