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달러 수수료에도 인도·중국이 90% 휩쓰는 이유
H-1B 비자 승인의 73%가 인도 국적자에게, 16%가 중국 국적자에게 돌아가는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2024년 신규 취업 승인 258,196건과 연장 승인 141,207건이라는 수치 뒤에는 미국 이민 정책의 구조적 허점이 숨어 있다.
인도의 73% 독식은 인포시스(Infosys), 타타 컨설팅 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 위프로(Wipro), 코그니잔트(Cognizant) 같은 대형 IT 아웃소싱 기업들의 물량 공세 때문이다. 이들은 수천 건씩 일괄 신청하며 저렴한 인건비로 미국 기업들에 IT 서비스를 제공한다. H-1B를 사실상 사업 모델로 활용하는 셈이다. 2000년 12만 건에서 시작해 20여 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신규 승인 건수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트럼프가 "H-1B 프로그램이 저렴한 노동력을 찾는 기업들에 의해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데이터가 뒷받침하는 현실이다.
구글(Google)이나 애플(Apple)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진짜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H-1B를 활용하지만, IT 아웃소싱 기업들은 순전히 비용 절감 목적으로 대량 채용한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10만 달러 이상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정작 필요한 인재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H-1B는 원래 목적인 고급 인재 유치보다는 저임금 노동력 공급 창구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 하락과 일자리 잠식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높은 수수료는 남용을 막으려던 취지였지만,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만 벌렸다. 구글(Google)이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같은 거대 기업들에게 10만 달러는 우습지도 않은 금액이지만,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은 진짜 필요한 인재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은 여전히 대량 채용이 가능하고, 중소기업의 인재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으며, 진정한 혁신은 방해받는 구조가 되었다.
중국의 16% 비중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직결된다. 중국 출신 과학자들이 미국에서 연구하며 축적한 기술이 중국으로 역류할 가능성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AI 분야에서 중국계 연구자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는 추세다.
새로운 경쟁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미국이 H-1B 제한으로 자국 보호를 강화하는 사이, 캐나다와 호주는 미국이 놓친 인재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중국 역시 해외 인재 귀국 유도 정책을 강화하며 인재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한국도 K-비자 등으로 외국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H-1B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가별 쏠림을 방지하는 쿼터 시스템의 한계를 인식하고, 기업 규모별 차등 적용을 통해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임금 덤핑 방지를 위한 실질적 모니터링과 사후 관리가 필수적이며, 국가 핵심 기술 분야 인재에 대한 전략적 선별도 중요하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H-1B는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보호주의일 뿐,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이미 캐나다나 아일랜드에 개발 센터를 설립해 H-1B 제약을 우회하고 있다. 결국 인재는 자신을 환영하는 곳으로 찾아가는 법이고, 미국이 문을 닫으면 다른 나라가 그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외치면서 정작 인도, 중국이 90% 독식하는 H-1B 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