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충격보다 내부 체력이 승부를 가른다
2025년 4월 미국이 전면적인 관세 조치를 발표한 이후, 신흥국 주식시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2025년 8월 14일 기준 MSCI 신흥시장 지수(MSCI Emerging Markets Index)로 측정한 각국의 성과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다르게 반응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MSCI 지수(MSCI Index)
세계적인 투자은행 미국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의 자회사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가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 영국의 FTSE(Financial Times Stock Exchange) 지수와 함께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대표적인 지수. 국가별로 주식시장의 발전 단계에 따라 전 세계 주식시장을 선진시장(Developed Market, DM), 신흥시장(Emerging Market, EM), 개척시장(Frontier Market, FM)으로 구분.
상위권: 유럽과 아시아 일부
그리스가 46.4%로 1위를 차지했다. 신흥국 분류에 포함된 그리스는 관세 쇼크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이 38.2%로 2위에 올랐다. 반도체와 기술주 중심의 한국 증시는 미국 관세에도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
콜롬비아 24.6%, 페루 22.4%, 남아프리카공화국 22.3%이 그 뒤를 이었다. 이집트 21.8%, UAE 20.5%, 멕시코 19.8%도 MSCI 신흥시장 지수 평균(15.1%)을 웃도는 성과를 냈다.
중위권: 평균 주변에 머문 국가들
카타르 15.8%, 태국 15.3%은 MSCI 신흥시장 지수 평균인 15.1%와 비슷한 수준이다. 싱가포르는 11.7%로 평균을 밑돌았다.
하위권: 아시아 주요국들의 부진
말레이시아 9.1%, 쿠웨이트 9.0%, 중국 9.0%는 한 자릿수 수익률에 그쳤다. 특히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9.0%의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브라질 8.6%, 터키 7.2%, 필리핀 4.0%도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인도는 2.8%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국가 중 가장 약한 성과를 냈다. 세계 5위 경제대국이자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각광받던 인도가 이렇게 부진한 것은 의외다.
유일한 마이너스: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는 -8.4%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석유 의존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중국, 한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 24개 신흥국의 대형주와 중형주를 추적하는 벤치마크다. 같은 신흥국 카테고리에 속해도 각국의 산업 구조, 대미 수출 의존도, 정치적 안정성, 통화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관세 쇼크에 대한 반응이 천차만별이다.
그리스와 한국의 급등은 투자자들의 적극적 반응을 보여준다. 반면 인도의 부진은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낸다. 사우디의 마이너스는 자원 의존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MSCI 신흥시장 지수 전체는 15.1%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최상위(그리스 46.4%)와 최하위(사우디 -8.4%) 사이에는 무려 54.8%포인트의 격차가 벌어졌다. 신흥국 투자에서 국가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관세 전쟁에서 살아남는 건 관세가 아니라 국가별 펀더멘털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