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221명 퇴진 기록, 2025년은 더 빠르다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2,221명의 CEO가 퇴진했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연간 CEO 퇴진은 대체로 1,200~1,400명 수준이었는데, 202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더 놀라운 건 2025년이다.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만에 이미 1,650명이 퇴진했다. 2024년 연간 수치의 74%에 도달한 것이다. 이 속도로 가면 2025년은 연간 2,200명을 넘길 전망이다. 2019년 같은 기간에도 약 1,650명이 떠났지만, 당시는 팬데믹 직전의 불확실성이 원인이었다. 지금은 구조적으로 다르다.
첫 번째 원인은 인구 통계다. 스펜서 스튜어트(Spencer Stuart)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처음으로 S&P 1500 기업 현직 CEO의 절반이 60세를 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연령에 도달했고, 그들이 일제히 물러나고 있다. 월마트(Walmart)의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이 대표적이다. 그는 12년간 주가를 300% 올렸지만, 내년 1월 퇴진한다. 30년간 월마트에서 일한 존 퍼너(Jon Furner)가 후임이다.
하지만 나이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업종별로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Russell Reynolds Associates)의 분석에 따르면, 테크 섹터 CEO 퇴진율은 전체 평균의 10배다. AI 시대에 투자자들이 테크 리더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급격히 높아졌다. 스포티파이(Spotify)의 다니엘 에크(Daniel Ek)는 20년 CEO 생활을 접고 회장으로 물러났고, 엑스(X)의 린다 야카리노(Linda Yaccarino)는 7월에 나갔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박도 커졌다. 바클레이스(Barclays)에 따르면, 2024년 이들에 의해 퇴출된 CEO는 27명으로, 4년 평균인 16명을 훨씬 웃돌았다. 이들은 단 6분기(1년 반)의 부진한 실적만 봐도 뛰어든다. 콜스(Kohl's)의 애슐리 뷰캐넌(Ashley Buchanan)은 단 5개월 만에 쫓겨났다. 과거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빠르다.
팬데믹 이후 비즈니스 환경은 끊임없이 변동한다. 인플레이션, 금리,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적인 역풍을 만든다. 여기에 CEO들은 ESG 공약, AI 전략, 사무실 복귀 정책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감시와 비판을 받는다. 역할 자체가 복잡해졌고, 노출도가 높아졌다. 한 가지 잘못된 결정이 소셜미디어에서 즉각 확산되고, 주가가 폭락하며, 이사회가 소집된다.
흥미롭게도 계획된 승계가 2024년 CEO 퇴진의 22%를 차지했다. 러셀 레이놀즈에 따르면, 이는 역대 최고 비율이다. 기업들은 73%의 경우 경험 많은 내부자를 후임으로 선택했다.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나머지 78%는? 갑작스러운 해고, 실적 부진,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박, 스캔들이다.
지난 24개월간 주식시장이 폭등한 것도 한몫했다. CEO들은 대부분 주식으로 보상을 받는다. 주가가 오르면 은퇴 계획이 쉬워진다. 맥밀런이 월마트를 떠나는 타이밍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 물결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건강한 리더십 교체다. 성과 부진한 리더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세대가 AI 시대를 이끌 준비를 한다. 다른 하나는 경고 신호다. CEO 자리가 지속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일부는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고, 일부는 역할의 복잡성이 한계를 넘었다는 증거다. 데이터는 명확하다. CEO들은 떠나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CEO들이 빨리 떠나는 이유는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리가 정상인을 미치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