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시간 22
예루살렘 성전은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누가복음 21장에는 어떤 사람들이 성전을 가리켜 그 아름다운 돌과 헌물로 꾸민 것을 예수님께 말하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예수님 당시에 있었던 성전은 헤롯 성전으로, 솔로몬 성전과 스룹바벨 성전에 이어 세 번째로 건축된 것이다. 역사가 요세푸스는 헤롯 성전이 단단하고 하얀 돌로 건축되었는데, 멀리서 보면 눈에 덮인 산처럼 보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님은 너희가 보는 이것이 날이 이르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질 것이라고 예고하셨다(6절). 더 나아가 하늘의 권능들이 흔들리고 사람들이 세상에 임할 일로 무서워서 기절할 때, 인자가 구름을 타고 능력과 큰 영광으로 오는 것, 즉 예수님의 재림을 볼 것이라고 예고하셨다(25-27절).
성전이 파괴되고 예수님이 재림하신다는 예고는,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아니 상상하기 싫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성전은 기원후 70년경 로마의 침공에 의한 예루살렘 멸망 과정에서 실제로 파괴되었다. 따라서 그 연장선에서 그분의 재림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예수님의 재림은 물질문명과 과학기술에 취해 있는 현대인들에게 더더욱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거짓 믿음에 기초하여 방탕하고 술 취하고 생활의 염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만약 그들이 그분의 재림을 믿는다면 심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도 그렇게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무화과나무에 대한 비유는 바로 이런 '거짓 믿음'과 거기에서 비롯된 '죄악으로 얼룩진 삶'을 잠재우기 위해서 주어졌다. 사람들은 무화과나무에 싹이 나면 그 모습을 보고 여름이 가까운 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무화과나무뿐만이 아니다. 모든 나무에서 그러한 현상을 읽을 수 있다. 이 세상 누구도 이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주님의 재림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주님은 자신이 예고하신 대로 하늘과 땅에서 그러한 징조를 보게 될 때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것을 알 것이라고 일러 주셨다.
이런 사실에 대한 확실성을 강조하시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기까지 하였다. "천지는 없어지겠으나 내 말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33절). 예수님의 말씀 속에는 자신의 예고가 무화과나무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보다 더욱 확고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무화과나무는 천 년 만 년 살지 못하는 피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유한한 한 그루 나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면서 여름이 가까이 온 것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예수님은 그것을 창조하신 분이실 뿐만 아니라 영원하신 분이시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말씀은 무화과나무가 보여 주는 자연의 이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분명하고 확고하게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성전 파괴와 재림의 예고에 이어서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말씀해 주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첫째는, 그러므로 예수님이 예고하신 인자의 재림을 믿으라는 데에 있다. 둘째는, 스스로 조심하라는 데에 있다. 그 사실을 믿고 방탕함과 술 취함과 생활의 염려로 마음이 둔하여져서 그 날에 낭패를 당하지 말고, 항상 기도하고 깨어 있어 인자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것이다(34-36절). 예수님의 재림은 그분을 믿지 않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심판의 날이지만, 그분을 믿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서 속량과 인자 앞에 서는 은혜가 주어지는 축제의 날이다. 그 날이 심판의 날이 될지 축제의 날이 될지는 우리의 믿음과 삶의 모습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