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모독죄

산책의 시간 23

by 박준택


누가복음 22장에는 체포되신 예수님이 공회에서 심문을 받으시는 장면이 나온다. 심문 과정에서 공회원들이 예수님께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은 "네가 그리스도라면 우리에게 말하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왜 많은 질문 중에 이 질문부터 던졌던 것일까?




예수님의 공생애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자신에 대한 '노출'이라 할 수 있다. 그 노출은 공생애 시작점부터 공회 앞에 서실 때까지, 그리고 죽음과 부활과 승천에 이르시기까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때로는 말씀으로, 때로는 이적으로 자신을 노출하셨다. 예수님은 그 노출을 통하여 자신의 정체성, 즉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메시아)이실 뿐 아니라 친히 하나님이 되신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내셨다. 그 노출 앞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였다. 수많은 사람이 노출된 그대로 예수님을 믿기도 하였지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종교 지도자들과 같은 사람들은 그 노출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들이 예수님께 적대감을 보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예수님이 그들의 잘못을 비판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그들을 비판하실 때마다 그들의 마음은 불편해졌다. 여러 차례 논쟁도 오갔지만 그때마다 참담한 패배를 경험하였다. 그들은 그 패배 앞에서 겸손하게 시인하는 대신에 민망함을 감추기 위한 적대 행위로 일관하였다.


둘째는, 예수님의 노출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분의 노출로 백성들의 시선은 그들에게서 예수님께로 자꾸만 옮겨져 갔다. 그들은 백성들의 마음이 움직이면 권력도 그 방향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종교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결탁되어 있던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고, 통치자인 왕이나 총독도 그 모습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후에 예수님이 성전에서 보여 주신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고 백성들을 가르치셨는데, 그들은 그러한 행위를 자신들의 부와 명예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므로 그들의 눈에 노출된 예수님은 제거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엣가시 같은 예수님을 제거하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수차례 올무를 놓았지만 예수님은 그 올무를 아주 쉽게 빠져나가셨다. 그들은 그때마다 그 올무 속에 예수님이 아닌 자신들만 갇히는 수모를 맛보았다. 이런 과정 속에서 그들이 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묘수가 바로 그분께 신성 모독죄를 씌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체포한 후 자신들만의 심문 장소인 공회로 끌어들여 그에 대한 질문, 즉 "네가 그리스도이거든 우리에게 말하라"는 질문으로 심문을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 질문에는 '네가 그리스도일 리 없다', 그래서 '너는 지금 신성 모독죄를 범하고 있다'는 덫이 쳐져 있었다.




'신성 모독죄'는 그들에게 두 가지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첫째, 예수님을 궁지에 몰아넣음으로써 백성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고 있던 백성들이 그것을 통해서 그분을 죄인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모든 상황은 예수님이 공생애를 시작하기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둘째, 사형 권한이 있는 로마 법정에 예수님을 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예수님이 신성을 모독하셨다는 것은 그분이 거짓말하는 분이시고, 그와 같은 거짓말로 백성들을 선동하여 로마의 통치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기 때문에, 그것은 예수님을 로마 법정에 세울 수 있는 고소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로마 제국의 통치를 위협하는 행위는 반역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들은 그 죄목을 씌워 그분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공회의 심문 이전과 이후의 모든 사건들은 그들의 판단이나 바람과 달리 예수님이 신성 모독죄를 범한 사기꾼이 아니라, 반대로 그분의 신성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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