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일기장 01
‘이슬’이는 이제 적다면 적지만 결코 적지 않은 26개월 된, 우리 집 아들놈의 배냇적 이름입니다. 녀석의 하루는 눈뜨자마자 이렇게 시작된답니다.
“엄마, 맘마 줘!”
어찌나 식욕이 왕성한지 같이 사는 스물아홉을 넘긴 이모(사촌 동생)가 먹는 밥의 양에 버금가는 맘마를 먹습니다.
“아빠 어디 가셨니?” 하고 물으면, 그 동그란 눈을 한 바퀴 굴리고는 큰 소리로 “회사!” 하며 제법 당찬 소리를 질러댑니다. 그렇지만, “회사에 왜 가셨어?” 하고 물으면, 씨~익 장난스레 웃고는 “껌 사러!” 하면서 너무나 당당하게 외칩니다. 그럴 때면 아무리 싱거운 어미지만 뒤로 넘어갈 지경입니다.
사실 이슬이의 말은 맞습니다. 이 어미가 순진한 녀석의 가슴에 구멍을 낸 거죠. 울고 떼를 쓸라치면 “껌 사 줄게!” 하면서 꼬드겼거든요. 지금 당장 사 오라는 녀석을 달래기 위하여 “이따 아빠가 회사 끝나고 사 오신단다.”라면서 제법 솔깃하게 얼버무렸거든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이슬이는 그 이후부터 아빠는 으레 아침이면 회사를 가시고 그것도 자신을 위하여 껌을 사러 가신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나 봅니다. ‘하이고 이슬아, 미안하다. 이 엄마가 너에게 거짓말을 했단다. 사실은 아빠는 껌을 사러 가신 것이 아니고 ‘빵’을 사러 가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