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들어

유아의 일기장 02

by 박준택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모든 것이 서툴지만, 신기한 것도 많습니다. 녀석이 자라가면서 그만큼 사고도 많이 치지만, 날마다 날마다 한 뼘씩 자라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오늘은 이 어미에게 조금은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여야겠습니다. 이슬이는 열 달이 조금 지나니까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도리도리 짝짜꿍 같은 것은 너무 쉬워 귀찮아하면서 떼었고요. 말하는 것도 또래 친구들보다 느리지 않았습니다. 노래는 또 어찌나 잘하는지 어미도 가사가 깜빡깜빡하는 것을 음정, 박자 하나 안 틀리고 곧잘 부릅니다.


그래서 저는 한때 이런 착각에 빠졌답니다.

‘내가 천재를 낳았구나!’




그러나 꿈은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대학에서 파트 타임 강사를 하는 저로서는 이슬이를 친정엄마께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친정엄마가 오냐오냐하면서 예쁘게만 키워서 기저귀 떼는 시기를 그만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방학을 맞이하여 훈련 계획표까지 짜서 이슬이의 배변 훈련에 돌입하였습니다. 때로는 따뜻한 말로 구슬리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면서 모자는 매일 전쟁을 치렀습니다


녀석이 실수하는 날엔 어김없이 벌도 서게 하였습니다.

“무릎 꿇고 손들고 있어!”


어느 날 아빠가 동화책을 읽어 주는데 녀석은 누워서 듣고 있더군요. 그래 집중해서 들으라고 "이슬아, 무릎 꿇고 들어라."라고 하였더니 녀석이 어떻게 하였는지 아세요? 글쎄 벌서라고 하는 줄 알고 두 손까지 높이 들고 있더라니까요. 아뿔싸! 이 어미가 평상시 얼마나 잡았으면 그 어린것이 이런 행동을 할까요......




이전 01화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