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녀석들

유아 일기장 18

by 박준택


앞집에 선호네가 이사 온 이후부터 두 집이 아예 현관문을 열어놓고 삽니다. 선호는 아줌마 어려운 줄도 모르고 와서 잘 놀다가 밥까지 얻어먹고 갑니다. 이슬이도 앞집 형의 장난감을 제 것처럼 애용하고요. 그러다 보니 엄마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언니 동생 하며 지냅니다. 말 그대로 울타리 없는 이웃사촌이 생긴 거죠.


하루는 선호 엄마가 인터폰으로 저를 불렀습니다. 선호 옷장을 정리하는데 이것저것 정리할 옷이 많으니까 이슬이에게 옷 좀 주겠대요. 저는 그야말로 웬 횡재냐 싶어 얼른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부지런한 선호 엄마가 벌써 챙겨놓은 옷을 한아름 안겨 줍니다.

“아이들이 금방금방 크니까 서로 나누어 입히는 게 좋아요.”

우리 가정은 제대로 나누어 주는 것 하나 없이 늘 앞집에 빚을 지고 사는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에 일어났습니다. 선호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그때 마침 선호 엄마가 준 옷을 이슬이가 입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선호가 갑자기 표정을 험악하게 바꾸며 이렇게 소리 질렀습니다.

“야, 그거 내 옷이야! 빨리 안 벗어!”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이슬이, 핏대를 올리면서 대꾸합니다.

“아니야, 이거 우리 엄마가 사 준 거야!”


선호는 이슬이가 입은 옷을 벗기려고 대들고, 이슬이는 빼앗기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느라 집안이 온통 난장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이슬이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이웃 간에 옷을 나누어 입을 수 있는 아이들 또래가 있다면, 저는 나누어 입히는 것에 대찬성합니다. 자원도 절약하고, 이웃끼리 정도 돈독히 쌓고, 가정 경제도 살리니까요. 그런데요, 문제는 눈치 없는 아들들이라니까요. 서로 모르는 척 좀 하지. 으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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