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매 워매, 내 새끼

유아 일기장 17

by 박준택


고유 명절인 설을 맞아 이슬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신 목포에 갔습니다. 먼저, 집에서 세배 연습을 맹렬하게 시키기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기쁘시게 해 드릴 온갖 여우 짓을 다 가르쳤습니다.


하루 전날 출발한 저희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네 시간 만에 그 멀고도 험한 곳, 목포에 도착하였습니다. 할아버지 댁에 도착한 이슬이는 처음에는 낯설어하다가 금방 그 환경에 익숙해졌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 제법 절도 예쁘게 하고, 할아버지 무릎에 덥석 앉아, “할아버지 최고!” 하면서 각본대로 온갖 아양을 다 떱니다.


늦게 본 손자 녀석의 재롱에, 몸이 불편하신 이슬이 할아버지는 마냥 흐뭇하신지 녀석을 무릎에서 내려놓지 않네요. 중풍으로 쓰러지셨을 때만 하여도 다시는 손자 녀석을 못 안아 볼 줄 알았는데, 그나마 지금은 이렇게 많이 나으셔서 이슬이를 안을 수 있게 되었다며 눈가에 물기가 비칩니다.




“이슬아, 할아버지 이름?”

그러자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이 “박-춘-규-씨!” 하면서 또렷하게 대답합니다.

“워매 워매 내 새끼, 이쁜 거!”

하면서 할아버지께서는 연신 볼을 비벼대십니다. 이슬이 녀석도 자기 자신이 자랑스러운지 싱글벙글하고요.


녀석은 저가 이쁨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할아버지 댁에서는 오줌과 똥도 거의 완벽하게 가리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가시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는가 하면, 외출에서 돌아오신 아버님께 낭랑한 목소리로 “다녀오셨어요?” 하면서 덥석 할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오질 않나, 밤에는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잘게요.” 하며, 예쁜 짓만 잘도 골라서 합니다.


“우리 이슬이, 이제는 오줌똥 다 잘 가리는구나. 느그덜이 그동안 잘못한 거지. 좀 더 일찍 가리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 이슬이 다 컸다. 아이고 우리 똑똑이!”

그러면서 아버님 어머님은 이슬이만 끼고 사십니다. 이슬이 뺨에 구멍이 다 나려고 하네요.




아버님 어머님께서 자식들을 키우실 때는 사는 것이 다 그렇고 그래서 자식 예쁜 줄 모르고 키우셨답니다. 그런데 사랑도 내리사랑이라 손자 녀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마냥 귀엽기만 하대요. 길을 가시다가 이슬이 또래의 꼬마만 봐도 얼른 달려가서 이렇게 묻곤 하신답니다.

“얘 몇 개월 됐어요?”

우리 집에 전화를 거시는 이유도 이슬이 까불대는 목소리 듣고 싶어서고요.


이젠 자식들은 안중에도 없으신 양, 이슬이 밥 먹을 때도 녀석이 좋아하는 생선을 발라 숟가락에 얹어 주시고 물 먹여 주시면서, “워매 워매 내 새끼, 잘 묵는다.” 하시며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모습이 참 정겹고 사랑이 묻어납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마음 한편으로 죄송하였는데, 이제부터라도 기회가 되면 더 자주 찾아뵈어야겠어요. ‘아버님 어머님, 더욱 건강하시고 아프신 데 빨리 나으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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