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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닥뜨린 패션산업의 환경 문제

by 심상보

패션산업의 환경 문제는 지루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찌는 듯한 더위와 폭우, 대형 산불은 이미 익숙해졌다. 기후 위기라는 용어를 무엇으로 바꿔야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급속한 기후 변화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문뜩문뜩 사람들을 공포스럽게 한다. 특히 매일 입는 옷이 환경 문제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패션 제품을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에게 찝찝한 기분을 들게 한다.

2016년 파리협정으로 전세계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내에서 기온 상승을 막자고 결의했지만, 이미 2024년에 1.5도를 넘어섰다. 이제 피핑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2도 상승도 멀지 않았다. 더 이상 찝찝한 기분 문제로 치부하기에 미래가 너무 불안하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기온 상승이 산업화 때문이라는 의견과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의견으로 대립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 원인이라는 것에 이견이 거의 없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홍수, 태풍, 가뭄, 해일, 산불, 전염병 등은 모두 인위적인 온난화에 대한 지구의 대응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간에 의한 지구의 착취가 한계에 달하면 지구는 자기 조절 능력을 넘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다. 이걸 인간이 막을 수는 없다. 지금이 우리의 자손들이 우리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우리나라는 낮은 출산율로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아직도 계속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지구상의 포유류 중 인간의 비중이 36%, 인간을 위한 가축이 60%, 야생동물이 4%라고 한다. 불과 만 년 전에는 인간과 가축의 비중이 1%였다. 인간은 너무 많이 먹고, 쓰고, 버린다. 너무 많이 쓰는 것을 줄여야 하지만 먹고 써야 할 인구가 너무 많다. 15세기 아메리카에 구대륙의 전염병이 돌아 인구의 90%가 줄었을 때 아메리카의 숲이 무성해져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어졌고 전 세계의 온도가 내려갔다고 한다. 인구가 적어지면 당연히 기후 위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인구를 줄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오로지 버리는 것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패션산업의 미래를 위한 방법도 의류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다. 의류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은 의류 제품의 사용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사용 횟수가 늘어나면 생산량도 줄어들게 되고 생산량이 줄어들면 의류 제조의 의한 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사용 횟수를 늘리는 방법은 제품의 품질을 높여 여러 번 사용해도 형태 변화가 적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옷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지금까지 옷에 대해 생각하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옷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는 것이다. 옷은 만들어 팔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명이 다할 때까지 관리하는 제품이다. 이 두 가지 해법으로부터 출발하면 사람들은 지금처럼 패션을 즐길 수 있고, 기업은 패션산업을 유지할 수 있으며, 그리고 의류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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