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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뮤지컬 Le Masque 중계 관람후기

by Will



인스타그램에 르 마스크라는 뮤지컬을 네이버 중계로 볼 수 있다고 하여 관람했다. 내가 있는 지역 시간 기준으로 9월 15일 오전 7시에 봤다. 미국에 한 3년 있다보니 한국어로 된 연극이나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전무했는데, 이번엔 어떤 느낌으로 볼 수 있을지 궁금해서 보기도 했다. 설정 자체는 여러모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골라 보았다.


이 뮤지컬은 Emotional theatre에서 만들어낸 작품으로 약 100분 러닝타임을 갖는 뮤지컬이었다. 인터미션 없이 진행된 작품이었고, 세번째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대사보다는 노래가 더 많았고, 총 4명의 인물로만 극이 전개된다.


이 뮤지컬은 제 1차 세계대전 당시와 전후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전쟁으로 인한 부상으로 얼굴을 다친 병사들을 위해 전쟁 전 얼굴로 재현한 맞춤가면을 만들어주는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다. 이를 통해 무엇인가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는 것을 지향하고자 하는 작품인건 설정상 자연스러웠다.


레오니는 소아마비를 앓은 주인공으로 마담 래드가 차린 맞춤 가면 제작소에서 일하면서, 가면을 만들어서 자기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한다. 아무도 다리가 온전하지 않은 그녀를 제대로 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프레드릭을 만나면서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진다. 프레드릭은 귀족 출신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자 전쟁에 참전했으나 포탄의 파편으로 인해 자신의 얼굴의 반쪽이 큰 손상을 입는다. 이로 인해 자기가 사랑했던 르네를 볼 낯이 없고, 자기가 외면받을까봐 두려움에 떤다.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나머지, 가면을 만드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냐며, 트라우마에 빠진 나머지 아무런 소리를 듣지 않는다.


극에서 레오니와 프레드릭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가 결핍과 두려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 서서히 알고, 대화를 통해 서로가 말하지 못하는 응어리를 하나씩 풀어낸다. 그러나 레오니는 프레드릭에게 완벽한 가면을 만들어 치유를 하고자 하는 마음과 더불어 자신이 쓸모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마음에 프레드릭이 절대 하지 말라는 부탁을 무시하고, 프레드릭의 약혼녀 '르네'에게 편지를 써서 사진을 받아온다. 마스크를 완성했으나, 가면 공방을 운영할 돈이 없어지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프레드릭이 도우는 과정에서 르네로 인한 레오니와의 갈등이 생기면서 감정이 고조되나, 마지막에 서로를 위로하며 뮤지컬이 끝난다.


다만 세부적인 설정들 때문인지 몇 군데에서 내 집중력을 잃었다. '제 1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유럽에 참전했을 때 '최강대국 미국이 참전했습니다'라고 프로파간다를 하는 모습에 이게 맞는지 약간 갸우뚱 했었다. 그러나 내가 제 1차 세계대전의 전후사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니, 우선 작품을 볼 때는 넘기긴 했다. 후에 조사를 해보니 미국이 당시에 막강한 물자로 지원하고, 후에 막강한 전투력을 보인건 사실이었으나, 프랑스가 저런 프로파간다를 했다는 건 사실 믿기진 않는다. 조사해보니 미국이 지원했다는 정도는 했어도, 강대국이 했다는 말은 조금 납득가지 않았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마담 래드의 인물상이 조금 납득이 쉽게 가진 않았다. 미국에서 건너온 조각가가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가면공방을 만들었고, 큰 뜻으로 무엇인가 운영하는 보통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초반에서 이 주인공이 레오니에게 하는 행동이 납득가지 않았다. 레오니가 하려는 행동에 대해서 크게 의미두지 않게 하는 화법을 구사하는가 한편, 이 주인공이 겉으로만 환자를 위하는 척 하는 것 같은 인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뒤에서는 레오니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 냉정하게 말한게 아니었을까 싶긴 하지만, 약간 납득이 잘 되진 않았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실존 인물이었고, 실제로 존경받을만한 인물인데, 주인공들의 아픔을 부각시키고자 세부적인 디테일에 힘을 뺀 것은 이해가 가나, 너무 평면적으로 만든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배경인물로만 소비된건 아쉬운 부분이고, 인물의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인데 그러지 못한건 다소 아쉽다.


제일 마음에 안드는 건, 잡화상 직원인 페르낭 인데, 레오니를 짝사랑하는 감정이 계속 드러나고, 중간에 귀족에 대한 경멸을 느끼고 프레드릭한테 레오니를 뺏길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런데 이 인물이 이 작품에서 그렇게 중요한 인물인가? 성별 균형 맞추려고 억지로 인물을 만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고, 짝사랑은 보편적인 감정이라 티켓 셀링을 하려고 이런 주인공을 만든 느낌이라 마음에 들진 않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레 미제라블에서 에포닌 이란 인물이 들어간 걸 좋아하진 않는다.


그리고 프레드릭을 귀족출신으로 묘사를 쉽게 하고 넘긴 부분이 조금 걸렸는데, 이미 프랑스혁명 이후에 귀족이란 계급은 많이 희석되었는데, 어떤 것을 묘사하고 싶었던걸까? 지도층으로서의 고귀한 마음으로 전쟁에 참여한 청년의 마음을 쓰고자 이 장치를 쓴거 같긴 한데, 뭔가 미묘한 아쉬움이 있었다.


마지막에 프레드릭이 가면을 쓰고 대중앞에서 연설하는 장면에서 자신에 대한 압박감에 말을 못하는 장면이 있는데, 앞에서는 커튼과 비디오를 활용해서 현장감을 그렇게 만들었으면서,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까지 압박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아마 현장에 없어서 프레드릭이 느꼈던 현장의 시선에 대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중계때문에 흐려져서 집중을 못한 것 같긴 하다. 차라리 비디오로 청중들의 비디오를 연출했으면, 그 프레드릭이 느낀 압박감을 잘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 청중속에 르네가 있다는 연출을 잘만 보여줬어도 프레드릭이 느낀 압박감을 잘 전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무대는 아무래도 치유하는 느낌을 연출하고자, 따뜻한 공방 느낌이 드는건 마음에 들었다. 다만 적어도 나는 플롯에 집중하는게 쉽진 않았다.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갈 여지는 있어보이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아무래도 러닝타임이 짧은데, 뭔가 큰 감정선을 유도하기에는 소재가 쉽지 않은 면이 있기도 하고, 트라우마에 대한 조사를 더 정밀하게 하자니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어서, 치유에 초점을 두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았지 않았을까 싶다. 적어도 따뜻한 뮤지컬이고, 이걸 발전시킬 방향은 분명히 있을거 같긴 하다.


치유라는 따뜻한 주제를 담았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많았다. 여러번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보다 나은 극본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이름에 뭐에요?> 넘버도 나쁘지 않아서 그냥 한 번의 공연으로 날아가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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