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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nameisanger Nov 06. 2022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부모에 대한 거짓말

몇 번 당하면 어쩔 수가 없다.


다단계, 도를 아십니까 등 각종 사이비 종교에서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사기꾼들도 좋아한다. 성범죄자들도 좋아한다. 그들은 뒤탈이 없는 사람을 타겟으로 짚는 경우가 많은데, 나 같은 사람은 1순위는 아니고 2순위 쯤 된다. 1순위는 아예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고, 2순위는 가족은 있지만 있으나 마나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 입장에서 2순위는 위험 요소가 있다. 사이가 안 좋았거나 학대를 했던 가족들이 더 지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서 지독한 거다. 평생 인간 이하로 취급했던 자녀라고 해도 어디가서 법적으로 보상받을 만한 손해를 입고 오면 학대 가해자 부모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싸운다. 그 댓가가 그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화목한 가정보다는 좋은 타겟이다. 그러니 내가 이런 일이 있었네 밝히고 다니는 것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았다. 얻는 공감은 없거나 드물고 네 잘못이라는 2차 가해만 자주 있고, 거기까지면 다행이지만 본격적으로 털어먹으려는 전문가들이 붙어버리면 답이 없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연락을 끊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도 모르는 부모에 대해서 아는 척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거짓말할 거 거창한 직업이라도 붙여서 팔아먹으면 좋겠지만 그럴 만한 배경지식도 없고 나를 보면 그런 권력자 부모가 없다는 티가 정확하게 난다. 결국 대충 흘리기에 좋은 소재는 부모님은 지방으로 내려가셨다, 귀촌하셨다, 외국으로 이민가셨다였다. 그러나 마지막 소재는 디테일을 물어보고 이민간 곳의 직업이나 나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져서 귀촌으로 정착했다. 부모가 귀촌했다고 하면 다들 그 이상은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중에 몇은 그런 말을 했다. 주변에 가족이 불화해서 연락 안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해가 안 된다고, 내지는 그런 사람 있는데 이해가 된다고, 그러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비슷한 경험이 없는 척 했다. 그 죄책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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