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컴퓨터 앞에 앉았네
낯을 가리는지
자꾸만 오타가 나오네
마늘을 쓰려다
비늘로 쓰고
미눌로 썼다 다시 지우고
비눌로 썼다 또 지웠지
겨우 시작한 두 글자를 몇 번씩 썼다 지우는 동안
떠 오른 옛일
낚시터에서 물고기를 보며 동인지에 써냈던 글
[미끼를 보고 현혹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을 희롱하며 자유롭게 헤엄치기를. 눈에 보이는 유혹은 한 번 물리고 나면 다시는 뺄 수 없는 운명의 미늘이어늘.]
허나
[운명의 미늘]은 [운명의 비늘]로 나와 있었지
운명의 미늘이나 운명의 비늘이나
미늘에 걸리나, 비늘이 벗겨지나
거기서 거기로 해석되겠지
누가 동인지에 실린 글을 살뜰히 챙겨보랴
스스로를 다독거리며 편집자를 너그럽게 이해해준 척했지만
아직도 그 일을 기억하는,
옹졸하고 쪼잔한 마음들의 오타를 고치기 위해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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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성장시키는데 글쓰기만 한 도구가 있을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다 보면 해묵었던 상처의 본질과
해결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
새로운 나도, 창조적 기쁨이 발견되기도 한다.
비밀스럽게 할 수도 있지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을 펼칠 수도 있다.
지금처럼 공개적으로 일상을 시로 쓰는 것도
내게는 신선한 경험이다.
쓰면서 쪼잔한 마음의 오타를 고치기도 한다.
다 글을 쓰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