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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엘 Nov 29. 2023

글쓰기, 한 살이 되었습니다


글 발행 독려 알람이 왔다. 처음 받아본 것도 아닌데 왠지 이번엔 발행을 꼭 해야 글쓰기의 삶이 이어질 것만 같은 강한 무언가가 마음을 파고들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일 년 전, 이맘때 글쓰기 신생아가 태어나 첫 생일을 맞이했다. 기가 목을 가누고, 뒤집기를 하고 배밀이를 한 다음 기어 다니다가 앉고, 일어서는가 싶더니 한발, 두발 내딛으며 걸음마를 하고 드디어 돌을 맞이할 때쯤이면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는 돌쟁이를 보며 감격에 젖는 것처럼 글쓰기 또한 1년이 되면 머라도 돼있고 이처럼 커다란 성장이 있을 줄 알았다. 정말 1년이란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졌. 가히 1년 전 이맘때에는.


1년이 지난 지금, 뒤돌아보니 결과적으로는 너무 형편없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 썼기 때문이다.

안 썼기 때문에 양으로도 질적으로도 내세울 게 없다.


 꾸준하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가장 어려운 것인지 알고는 있었지만 뼈저리게 느꼈다. 글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준하게 1년을 했다면 머가 달라져도 달라져있는 내가 돼있을 거라, 맛보지 못한 꾸준함의 짜릿한 대가를 동경하는 프로 작심삼일러는 후회만 가득할 뿐이다.

 

작가이자 스승님인 이은경 선생님도 '오후의 글쓰기'에서 무조건 그냥 쓰라고 말한다. 써야 머가 돼도 되는 거고 안 쓰면 아무것도 안된다는 것이다. 고 쓰면서 쓰는 근육이 키워지고 실력이 느는 것인데 알면서도 계속 써 나가기가 힘들었다.  


핑계에 불과한 변명이라도 해 보자면, 글을 써서 내놓는 순간 내 글에 애착이 가면서도  자신이 자꾸만 초라해졌다.

점점 편하게 마음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리라 다짐했던 자신감은 쪼그라들었고 어느새 글에 대한 자신감마저 사라졌다. 마음속에서만 무수한 생각들이 메아리칠 뿐, 밖으로 꺼내어 글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썼지만 맘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냥 무작정 계속 쓰는 건데 미리부터 걱정하고 생각이 많은 성격 탓도 크다.


또 하나는 필력이 늘면 여행 에세이를 맛깔나게 잘 쓰고 싶었다.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여러 가지 여행 중 에피소드를 재밌게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싶어 아껴두었다고 해야 하나. 부족한 필력으로 소중한 글감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아끼고 아껴 이렇게 글도 멈추고 실력도 멈춰버린 한 해가 지나갔지만 말이다.




1년 만에 브런치 프로젝트 1기, 2기 작가들이 다 같이 은경 선생님의 줌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150여 명의 브런치 작가들이 오프라인 모임으로 만났다.


물론 결과로는 개인차가 있었지만, 나만 하고 있는 푸념인 줄  알았는데 모두가 글을 쓰며 느끼는 고민과 마음들이 같다는 걸 확인했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보며 만남의 열기로 가득한 그곳에서 갑자기 긍정 에너지가 샘솟았다.


'오후의 글쓰기'에서 초라함이 오기가 되어 글을 계속 쓰게 됐다는 선생님의 고백이 나온다. 처음부터 화려한 글이 어디 있겠는가. 초라함으로 한껏 움츠렸던 마음을 고 다시 시작해 보기로 한다.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어쩌면 오기일지 모르겠다. 용기든 오기든 중요한 건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의 만남이 원동력이 된 건 분명하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다시 목표를 설정하고 지금부터 시작하자는 미션이 참 고마웠다. 다시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그동안 해 놓은 것은 없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 고민한 수많은 날들이 있었다. 이 고민들이 헛되지 않고 결실을 맺을 날을 기대하며  심히 글을 써 나가야겠다.



- 신준모 <어떤 하루> -

지난 일 년이 그냥 지나가 버린 것은 아니었다.

민망하지만, 뻔뻔함을 장착하고 년 동안 하루하루가 쌓인 거라고 말해본다.

 

아직 한 살 밖에 안 됐는데,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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