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류를 좋아한다. 집에서 해 먹는 면음식은 정말 맛있다. 아마 함께 먹는 김치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시중에 파는 면은 할머니의 성에 차지 않았기에 집에서 직접 면을 만들어 먹었다. 원형의 상 위에 밀가루 반죽을 올려 밀가루를 뿌린다. 밀대로 얇아질 때까지 밀고, 돌돌 말아 쓱쓱 자르면 면이 완성되었다.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모양의 면들이 칼국수의 육수와 잘 어우러진다. 한때는 면의 맛으로 먹는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슈퍼에서 사서 만들어 먹는다. 물론 할머니는 면을 사는 것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직접 반죽하면 이것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는데", "산 것들은 이렇게나 쉽게 퍼진다니깐"와 같은 추임새들을 붙이신다. 그렇지만 할머니가 조금 편하게 요리를 하실 수 있다면 나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 것들이 섞여 만들어진 할머니의 요리도 잘 먹을 수 있다. 면류의 생명은 면일 수도, 국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표 칼국수의 요리과정은 어렵지 않다. 바지락을 넣어 끓인 육수에 호박과 당근을 채 썰어 넣고, 면을 풀어 넣는다. 조금 끓이다 보면 완성!
칼국수의 핵심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육수도, 면도 아닌 먹을 때 들려오는 면치기 소리 같다. 물론 어떤 상황에서는 예의 없고, 무례한 행동일 수 있으나 면치기 소리만큼 확실히 맛있게 먹고 있다는 증거도 없는 것 같다. 면을 먹는 소리가 마치 화음처럼 들릴 때, 나도 한 소리 얹어본다.
문득, 나는 할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에 대한 표현을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간을 봐주는 것을 제외하고 먹고 난 이후에 내가 주로 하는 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할머니가 손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표현하는 것은 어려우나, 표현할 방법은 다양한다. 표정으로, 말로, 행동으로. 기왕이면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개를 합한다면 표현이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표현을 이 책 곳곳에 남긴다.
할머니 음식은 최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