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르 Sep 22. 2024

할머니의 손맛, 계절을 담 : 국(탕)

국(탕)

추어탕, 육개장.


할머니가 자주 끓여주시는 국이다. 이것들을 해주실 때는 며칠 전에 미리 말해주신다. 할머니가 만드는 추어탕과 육개장은 밖에서 사 먹는 것과는 사뭇 다른 맛이 난다.


할머니는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사 와 삶아서, 뼈와 살을 분리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꼼꼼히 안 하셨는데 먹다가 가시를 자꾸 골라내는 내 모습을 보신 뒤로는 더욱 꼼꼼히 살을 발라내신다. 그리고 믹서에 갈아 미리 준비해 둔 육수에 넣고 끓인다. 이때 미리 말려둔 시래기를 넣고 함께 끓인다. 잊지 않고 마지막에는 들깨가루를 넣는다. 육개장을 만드는 방법도 비슷하다. 고사리, 토란대, 고기를 넣고 양념을 해서 끓인다. 어느 정도 끓으면 대파로 마무리하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춘다.


할머니는 추어탕과 육개장을 끓였다 하면 한 솥이다. 한 냄비가 아니라 진짜로 한 솥을 만들어내신다. 가족이 많고, 네가 잘 먹으니 그렇다고 하지만 집으로 가지고 오면 족히 이틀은 넘게 먹어야 하는 양이다. 때로는 많은 양이 부담스러워 작은 냄비를 가져가면 이런 코딱지만 한 냄비를 가져왔다며 누구 코에 붙일 거냐는 말씀을 하신다. 작은 냄비라고 표현했지만 실상 5인 가족이 하루는 먹을 수 있는 양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었다.


데우고, 먹고, 데우고, 먹는 과정을 반복하지만 신기하게도 할머니의 국의 간은 큰 변화가 없다. 계속 끓이다 보면 짜질 법도 한데 먹기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이럴 때면 어떠한 마법을 부린 건 아닐지, 솥에 무슨 장치가 달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한다.


할머니의 국(탕)을 맛보고 싶다면 무조건 (할머니 기준에 적합한) 냄비를 지참해야 한다. 그리고 맛있게 먹고 나면 꼭 전화하자. 그리고 이야기하자.


"너무 맛있는데?"


작가의 이전글 할머니의 손맛, 계절을 담다 : 포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