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한테 배운 사투리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포도시"다. 겨우, 가까스로라는 뜻으로, 단어하나하나를 살려 읽으면 안 된다.
마치 발레의 동작 중 하나인 점프 해서 다리를 쫙 펴는 그랑제떼(grand jeté)를 한다고 상상을 하고 "포오도~~ 시이~~"로 읽어야 한다.
할머니를 통해서 여러 단어를 들었지만 "포도시"를 발음할 때만큼 그 단어가 가진 뜻을 명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단어는 본 적이 없다. 겨우, 더욱더 힘겨운, 가까스로 더욱더 험난하게 하는 것들에 붙일 수 있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삶을 포도시 살아간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이루어진 것은 없고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저 하루살이처럼 하루를 보내는데 온 힘을 다 썼었다. 눈떠서 맞이할 내일이 기대되지 않았다.
처음 이러한 감정에 휩싸였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느끼는 것조차 죄책감이 들었다. 남들은 그렇지 않은데, 왜 나만 이러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괜찮아졌다가 다시금 이런 감정을 마주했을 때는 그냥 놔둔다. 어떠한 조치를 하고자 무언가를 하기보다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약속은 했다 : 잘 먹기.
잘 먹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몸을 일으켜 자신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식탁에 앉아 숟가락으로 떠먹는 행위. 이 모든 것이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했다는 건, 그날을 잘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사람과 밥의 관계는 굉장히 밀접하다. 우선, 사람을 만나 밥을 먹는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다면 밥 먹자는 제안을 먼저 하기도 한다. 친한 사이라면 "오늘 밥 먹었어?"라는 안부를 꼭 묻는다.
잠시 지냈던 새로운 환경에서 한 친구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계기도 저녁 식사 덕분이었다. 수업을 끝마치고 집 가는 전철 안에서 집 가기 싫은데 뭐 추천해 줄 만한 거 있냐고 물음에 같이 저녁이나 먹는 건 어떻겠냐는 말을 건넸고, 그 덕분에 대화도 하고 이후의 약속도 잡는 등. 낯가림에 머뭇거리고 있던 나에게 물꼬가 트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