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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pr 08. 2024

어깨에 날개를 달다.

밤 벚꽃 놀이

우아~~

벚꽃이 때마침 만개하는 4월의 첫 주

남편과 나란히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결혼기념일에 맞춰 출장 겸  부부동반 여행이다.


 아이고~~

하노이마담은 훅 ~스치는 한국의 꽃바람에

콧바람을 쏘이니 신이 났다. 큰아들이 퇴근 후

공항버스 터미널에 대기해 주었다.


세상에~~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은 아들은

밤 10시에 밤 벚꽃놀이 끝판왕을 보여 주겠다며

우리를 태우고 천안 원성천으로 갔다.


요즘 핫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란다.


야밤에 ~~

야식도 아니고. 야밤에 벚꽃이라니...

개화가 늦어진 벚꽃이 엄마가 오는 날에 맞춰

활짝  피었났다며  너스레를 떤다.


어머나~~

이 밤에 사람들은 잠도 안 자고 벚꽃놀이에

남녀노소가 없이 즐기고 있었다. (밤 10시~)

하노이 마담 얼떨떨하게 벚꽃과 눈이 맞았다.


에취!  에취! 에취!

한국의 밤공기가 차갑게 나를 대한다.

아들 친구들이 네 명이나 반갑게 우리를 반긴다.

"어머니 어깨에 날개를 달아드릴게요"


어머나 진짜?

"포토존이 있어요 따리 오세요~"

개천가 징검다리 중간쯤 돌에 나를 세웠다.

졸졸졸 흐르는 물살이 생각보다 세다.


오잉?

개천에  빠지면 어쩌지....

"걱정 마세요 여기 구 할 사람 많아요"

그제야 미소를 머금고 꽃을 든 천사가 되었다.




와우~~

팝콘처럼 하얀 벚꽃들이 나무에 붙어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아들친구는 갑자기

작은 가지를 꺾어 내밀었다.


뭐야 뭐야 뭐야~~

남편에게 사실 가지 하나 꺾어달라고 말했다.

노노노~~ 그러는 거 아니란다.

꽃은 꺾는 게 아니라 바라만 보는 거란다.


 하하하~~~

그래 맞아 ~그런데 꺾은 꽃이 너무 예뻐서

들고 집으로 왔다는 사실이다.

오랜만에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다음날

어깨가 아파서 한 달을 버티다가 바쁜 일 잠시

접고 나란히 귀국하여  병원으로 가야 했지만

기분 탓인지 ~~ 진짜  덜 아프다.


정말 ~~ 다행

나는 오른쪽 어깨가 남편은 왼쪽어깨에 

염증이 있었고 , 목 디스크 4번 5번이 문제가

있다며 약물처방과 주사, 물리치료를 받았다.


어이없지만...

우리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서로 나누며

약도 같이 병원도 같이 서로의 안 아픈  어깨의

손을 잡으며 서로를 아끼는 중이다.


벚꽃 날개를 달고 나니

엄청나게 아팠던 주사도 거뜬하게 맞았고

목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6방 7방 주사액을

흡수시키며 물리치료까지 잘 받았다.


옴마야~~

주사와 약기운에 해롱거리며 서로를 챙긴다.

차가웠던 한국 공기가 조금씩 적응되었다.

남편은 2년 만이고 난 6개월 만의 한국이다.


최고였어~정말

아들이 준비한 벚꽃날개는 큰 위로가 되었다.

3일 치 약도 아침점심 저녁으로 챙겨 먹으며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만세와 뒷짐이 안된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한국의 봄꽃잔치에 초대받지 못했으리라.

가끔은 이렇게 아파도 행복할 수  있으니

행여 슬퍼하지 않기를...


봄꽃들의 아우성에 눈이 부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벚꽃들이 활짝 피어있다.

내 어깨에 벚꽃날개를 달아준 아들과 친구들에게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일들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큰 감동이 되기도 하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 가볍게 생각한 일이

지금 힘든 삶을 이겨내는데 비타민이 되어

몸속 염증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아프지 마라 청춘들아~~

활짝 핀 벚꽃처럼  너희들도 피어나길 바란다.

반백년 살아내느라~이곳저곳  아프다.

산고를 이겨내고 새 생명을 맞이하듯

벚꽃 날개를 달고 꽃 청춘 되어 보았다.

천안 원성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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