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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Jul 31. 2024

하이퐁에 교동짬뽕 먹으러?

마음 챙김요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멀리 퍼져라


퐁당퐁당  동요가 떠오르는 주말아침이에요

내 마음에 누가 돌을 던졌을까요?

많이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

자동차  접촉사고 후 쉬어가기 할 줄 알았는데

남편이  운전대를  다시 잡았어요


먹고사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네요

약속한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공장으로 가야 한다네요


30년 넘게 가장을 하고 이제 좀 쉬엄쉬엄

일해도 될 텐데...  남편은 쉬는 게

더 힘들다는 성실파 에요. 사고 후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갈 채비를 하네요


 2주 대여를 한 차는

세상에서 처음 타보는 빨간 스포츠카? 느낌

깜짝 놀랐어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빨간 차를 타게 될 줄은 몰랐어요


사랑하는 애마는 카센터에 실려갔고

빌려온 애마는 나와 눈 마주침을 한 후 

이쪽저쪽 스캔을 당하고 서야 안전벨트로

내 몸 남편을 꽁꽁 잡아두었어요


벳남직원들은 일이 많고  바빠도 야근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칼퇴근을 하는 편이에요

한 달에 한번 월차도 돌아가며 꼭꼭 챙기고요

눈치를 보지 않으며  당당하고 씩씩하게

쉬어가기를 너무 잘해요


반면. 한국사장님은 쉴 줄을 모르네요

무슨 일생기면 그제야 아이코!

내가 너무 달렸나.... 쉬어갔어야 했는데...

저는 벳남직원스타일 쉴 때 쉬고 일할 땐

열심히... 꼬박꼬박 쉬어가는 편이에요


직원들은 잠시 쉬어가도 사장님은

그럴 수가 없다는 트리플 A형 성실파예요

뭣이 중한데? 주말인데 점심시간을 놓치며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니 배가 고팠죠


사고 후유증으로 당분간 조심조심 남편과

동행하기로 했어별문제 없이 운전을

하며 이야기도 나누는 걸 보니 안심이 되네요


오늘 점심  짬뽕  어때?


갑자기 짬뽕? 동공이 잠시 흔들렸어요

1초 2초 3초 오케이 ~~

77번 휴게소를 들렀지만 짬뽕 먹을 생각에

군것질을 참아냈어요

뜨거운 열기가 후끈 달아 오른 하이퐁으로

뜨거운 교동짬뽕을 먹기 위해  가는 중이요


하이퐁 LG전자 공장 맞은편 교동 짬뽕집 도착

베트남 속 맛집이에요. 엄지 척을 해주고 싶은 곳

그리 크지 않은 그곳  교동짬뽕이 정말

오랜만에 반갑게 우릴 불렀어요

하이퐁 가기전 77번 휴게소
하이퐁 LG전자

새파란 하늘은 몽실몽실 하얀 구름과

친구 되어 유유히 흐르고 있었죠

하늘 향 야자수들이 타국임을 알려주네요
바람 한 점 없는 이더 위에 제정신이 아닌 부부

여기 출동했어요


짬뽕 배달시키고, 에어컨 빵빵하고 시원하게

틀어놓고, 티브이 보면서 집에서 짬뽕 먹어도

될 일을... 꾸역꾸역 차를 몰고 굳이 여기까지

2시간 달려 짬뽕 먹으러 갔다고?


지친다. 지 휴우~~


그런데 이상했어요

몸도 마음도 기분도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는데

기분전환이 서서히 되고 있음이 느껴졌어요

그저 살아있음이 감사하고

불평불만 많았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 버렸죠


사고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죠

젖어있던 마음이 뽀송뽀송 말랐어요

조심조심 안전하게 좌우도 더 살피고

속도도 적절하게 조절하고 질주본능도

워워~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받는 대신

7080 팝송 들으며 운전을 했어요


집 나오길 잘했고 짬뽕 먹으러 가는 길

안전 운전을  하는 남편은 

짬뽕을 먹을 생각벌써 기분이 좋아 보여요

아슬아슬한  층계를 올라갔어요

삼삼오오 한국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네요


창밖으로 LG 전자가 코앞에 보이고요

여기는 하이퐁... 반갑다 하이퐁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홍합짬뽕과

볶음밥을 익숙하게 시켰지요


이 더위에 창밖 풍경은 빨간 등을 달아

나름 운치 있었고요 뜨거운 짬뽕을

오랜만에 접수하고 나니 한국에 온 듯했죠

푸짐하고 양도 많아 둘이 나눠 먹었어요


후루룩 면치기를 보여주며 남편이 웃네요

짬뽕국물이 시원하다고요? 뜨거운데요

인생길 함께하며 여기까지 잘 왔고요

베트남 하노이에서 하이퐁 까지 와서

교동짬뽕 먹으며 눈물이 날 뻔했어요


그날 땀만 질질 흘리며...

하이퐁 교동짬뽕

짬뽕아 너는 알고 있니?


우리가 무거운 마음을 들고

이곳까지 너를 만나러 달려왔다는 걸...

머릿속이 꼬이고 얽힌 짬뽕 같은 날이

있었거든 무사고 30년을 잠재운 사건이었어


얼큰하고 시원한 짬뽕 한 그릇에

우리는 속풀이를 하러 간 거야 누가 뭐래도

안 좋은 일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힘과

잠시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게 분명해


아무 일도 없었다면 우리는

그럭저럭 주말을 집에서 쉬었겠지

사고를 당하고 힘들어보니

서로의 소중함을 절실히 알게 되었어


교동짬뽕을 먹으 하이퐁까지 오게 된 거야

바다까지 가려다 참았어

근처 호수공원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어

짬뽕아~~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마음은 가볍고 몸은 무거워졌지만

행복하게 잘 ~다가 또 올게 안녕~~


빨대로 단숨에 주스를 원샷하고  머리가 띠옹~

파도치는 바다보다 잔잔한 호수가 우리를

포근하고 따스하게 안아주었어요

마음 챙김 잘하고 돌아왔어요

하이퐁 공원에서

천만다행으로

다친 곳 없이 무사함을 축하하는

당일치기 짬뽕 여행은 즐거웠어요


잠시 뇌를 식히고

마음을 평화롭고 잔잔하게 유지하기로 해요

누구에게나 사고는 있을 수 있어요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이겨내 보기로 해요


 우리는 오뚝이처럼 또다시 일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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