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스 h Oct 09. 2024

천사의 열매 파파야 ~

소소한 행복 찾기

아~~~ 가을인가~~

하노이 날씨가 제법 시원해졌다.

아침저녁 불어오는 바람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머리카락을 날리며 

치맛자락을 붙잡고 걸어도 좋을 듯한데...

이렇게 좋은 날에  일하러 길을 떠난다.

오늘은  어떤  소소한 행복을 찾게 될까?


뒤죽박죽 얽히고설킨 일 들을 풀러 가는 중~

순조롭게 일이 풀리는 날이 별로 없지만...

어찌어찌 풀어가다 보면 빛이 보인다.

전화통화 보다 현장에 가는 게 빠를 수도 있다.


베트남  하이즈엉 거래처에 가는 길 

갓 구운 단팥빵을 줄을 서지 않고 살 수 있는  비법

문 열자마자 가면 된다.ㅎㅎ 잔돈도 준비되지

않아 카드결제를 하고 받은 빵이 따스하다.


둘이서 아침대신 빵과  미지근한  카페라테로

수고하지 않고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마치

여행을 떠나온 사람 들처럼 익숙해졌다.

부지런한 벳남사람들은 아침이 빠르다.

(해가 뜨면 더워지니...)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단체관광 온 한국사람들이 보인다.

삼삼오오 기념품 샾에 줄을 서 있다.

나도 슬쩍 여행객들 틈에 끼어 기념품을 고른다.


매일 똑같은 물건인 듯해도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배치하거나 새로운 상품들이 보인다.

오늘은 컵 받침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계산대에서 자연스럽게 벳남인과 소통한다.

 

베트남 없다며 2천 원을 지불하는데도

카드를 쓰고 계산대 앞에서 가격을  확인한다.

그들은 여행객  난 현지인 티가 나는 중이다.

가이드가 소리친다" 시간 없어요 빨리 세요"


그들은 잡고 있던 물건을 망설이다가

내려놓고는 쏜살같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45인승  버스를 타고 여행객들은 출발했다.

우리는 코코넛을 마시며 잠시 여유를 즐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소소한 행복이다.




23 하이즈엉 휴게소 화장실옆 자투리땅에

오잉? 파파야  주렁주렁 열렸다.

놀랍다 놀라워!!  혼자보기 아까울 정도다.

이곳에서는 집에서도 정원수로 키우거나

, 길가 어디서든 많이 보이는 파파야 다.


이렇게 많은 열매를 몸에 달고 버겁지 않게

당당하고 멋지게 서 있는 파파야를 바라본다.

"애썼네 애썼어~ 수고했다 수고했어"

 누군가의 손길로 키워 냈겠지만 파파야의

위풍당당함에 박수를 마음으로 힘껏 준다.


찍는각도에 따라 다른모습

힘들다 힘들어~~


대롱대롱 매달린 열매를 눈으로 세어본다.

어림잡아 세어도 20개가 넘어간다.

에고 힘들겠다. 잘 버티어 냈구나!


나만 힘든 줄 알았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무겁다고

투정 부리고 힘에 겨워 울기도 했다.

 갑자기 힘들었던 나를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내 어깨 머릿속에 가득한 걱정 근심이

별게 아니었음을... 커다랗고 큰 열매들이

익어서 떨어져 나가듯 때가 되면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어져 나가리라 믿어본다.


파파야보다는 내 짐이 가볍다는 걸 알았다.

천사의 열매로 사랑받을 만한 파파야에게서

오늘은 힘이 얻고 소소한 행복 찾기를 했다.

가을로 접어드는 하늘이 맑고 푸르다.


휴게소에서 내리지 않았더라면

파파야를 발견하지 못했을 텐데...

난 한국을 그리며 여행지에서 살고 있다.

보고 듣고 느끼며 난 파파야처럼 오늘도

알맞게 익어가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계탑이 집안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