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나무는 갤러리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평일은 이곳에 사람이 적어서 혼자 나를 다독거리기에 좋은 곳이다. 집에서 걸어 15분 거리에 위치한 카페다. 걸어오느라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에어컨 바람이 바로 쏟아지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갤러리를 둘러볼 수 있는 쿠폰을 구매하니 커피를 한잔 무료로 마실 수 있어서 추가로 얼그레이 롤케이 크도 주문을 했다. 케이크가 달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퀸의 대각선' 2편을 읽으며 나에게 쉼을 주는 시간을 가진다.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 니콜과 함께 있는 것을 힘들어하는 모니카, 대비된 성격을 가진 두 여인의 살벌한 게임을 엿보며 세상사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읽는다. 카페 입구에는 잠자리들이 떼로 모여 날아다니고 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카페안에 놓인 의자들은 손님들을 기다리며 고요히 앉아 있다. 현실에서도 대비된 모습을 보며 혼자 웃음을 늘어놓는다. 시원하던 에어컨 바람이 차가워지자 일어나서 갤러리로 향했다.
피터 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물, 형상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그려진 그림은 가격이 제법 비쌌다. 물의 흐름이 그려낸 작품들을 구경하고 나서 스페이스 나무 정원도 둘러본다. 곳곳에 조각상이 세워져 있고 걸어 올라가는 곳마다 다양한 꽃들이 심겨 있다. 경사진 곳에는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다. 한 편에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지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루틴도 그렇다. 늘 진행하는 루틴들도 있지만 마무리되는 루틴도 있고 새롭게 시작하는 루틴도 있다. 새벽기상을 한 지 오늘로써 1000회를 맞았다. 처음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기도를 가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했다. 작년에는 여러 가지 모임이 새벽에 있어서 새벽기상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기도 했다. 올 해부터는 건강의 문제로 새벽인증만 하고 다시 잠을 청하기도 했다. 새벽기상을 쉽게 놓지 못해 계속 이어가고 있었는데 1000회를 채우고 나니 이제 새벽기상 루틴은 접어야겠다. 새롭게 시작하는 드로잉캘리나 모닝페이지로 루틴을 넘겨줄 계획이다.
문을 닫으며 정리를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살아서 움직이는 삶이다. 생동감이 있는 움직임이다. 갤러리를 돌아보며 나의 삶도 갤러리처럼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완성해 내고 콘텐츠를 발행하고 마무리를 한 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상을 이어나가야겠다. 단순해 보여도 단순하지 않는 삶이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