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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 캘리를 배우다

구입한 지 2년 만에 빛을 발하고 있는 아이패드입니다

by 가을웅덩이

아이패드를 처음 구입하게 된 계기는 이프랜드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면서였다. 이프랜드는 SK텔레콤에서 코로나가 한참 유행할 때 메타버스로 만들어 선보인 플랫폼이다. 처음에는 매주 수요일마다 스타벅스 커피쿠폰을 주는 행사가 있어서 참여를 했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 200명을 추첨해서 쿠폰을 주었는데 참여 인원이 많지 않아서 매주 빠지지 않고 받았다. 그러던 중 인플루언서를 모집한다고 하기에 도전했고 첫 도전은 실패했다.


다시 용기를 내어 두 번째 도전을 했을 때는 2022년 10월 중순이었다. 이태원 참사가 있던 때였다. 내가 도전한 콘텐츠는 직접 녹음하고 만든 성경낭독영상을 들려주는 콘텐츠였는데, 종교적인 것은 그 당시 통과되지 못하는 주제임을 신청하고 나서 알게 되어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핼러윈 축제가 한창이던 그때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전국은 온통 침울하고 슬픈 분위기였다. 영적인 위로가 필요한 때에 맞추어 인플루언서 합격 통보가 날아왔다.


2022년 12월부터 한 달에 4회, 1회에 50분 이상 자신의 콘텐츠로 밋업(meet up)을 열면 활동비를 받을 수 있었다. 11명 이상이 모이는 조건이라 함께 커뮤니티를 이루어 서로 도와가며 1년 8개월을 진행했다. 밋업은 휴대폰으로 진행했는데 소통을 위해 태블릿이 필요했다. 드로잉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그다음 해 2월에는 아이패드를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했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구입한 아이패드는 밋업용으로만 사용했다. 드로잉을 하려고 하니 혼자서는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드로잉을 위해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깔고 만반의 준비를 한 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째려보기만 했다.


2024년 2월. 아이패드를 구입한 지 꼭 1년이 된 시기였다. 인스타그램에서 한 번씩 댓글을 나누던 지인이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앱 사용법을 가르쳐준다는 소식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몇 해 전 MKYU에서 인스타그램 챌린지를 함께 하며 온라인으로 알게 된 지인이었다. 그 당시 그는 드로잉을 처음 배우며, 그린 그림을 하나씩 올리던 것을 기억했다. 2년 만에 가르치는 이로 성장한 것에 놀랐다. 왕초보는 초보에게 배워야 쉽게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바로 구글폼으로 신청을 했다.


3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었다. 평일동안 하루 하나씩 주어진 미션대로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이 앱의 사용법을 손에 익히도록 편성이 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첫날 그렸던 곰돌이는 2시간 동안 끙끙대며 만든 그림이었다. 영상을 통해 알려주는 대로 매일 새벽 2시를 넘겨가며 과제를 했다. 힘은 들었지만 하나씩 완성되었을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였다. 메라와 선물 상자 등 다양한 그림을 그리면서 프로크리에이트 앱의 사용법도 하나씩 익혀 나갔다.


3주가 지나고 주어진 과정이 끝나자마자 혼자 1일 1 드로잉캘리를 시작했다. 드로잉캘리는 해마다 해보고 싶어 한 버킷리스트이기에 무작정 시작했다. 성경구절을 적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글이 있으면 적기도 했다. 간단한 그림도 넣어 꾸미기도 하고, 오가며 찍은 사진으로 색을 추출해서 그림에 입히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배우면서 만들어 두었던 '가을웅덩이' 도장붓으로 마무리를 한다.


1일 1 드로잉캘리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있다. 지금은 토지를 읽으며 문장을 드로잉 캘리로 쓰고 있다. 문구에 맞는 그림도 간단히 그려본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시작할 준비를 갖춘 후 째려보는 시간을 가진다. 무작정 시작하다가 싫증을 내서 포기할 수도 있기에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지 시간을 두고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나면 신기하게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여건과 시간이 잘 맞아질 때가 그 때다. 째려보면서 축적해 두었던 열정으로 기회가 왔을 때 시작한다. 그러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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