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은 5분 거리입니다
직장은 집에서 5분 거리다. 집을 나서면 영축문화회관 담벼락이 눈에 들어온다. 담너머로 자목련이 마지막 꽃잎을 날려 보내고 영산홍이 까치발을 들며 내다보고 있다. 후문에는 커다란 벚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담장너머로 여린 잎들을 가득 물고 서서 출근길을 재촉한다. 모퉁이를 돌아 왼쪽에는 트럭의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이웃의 땅이 있는데 일부는 밭농사를 짓고 있어서 여름에는 도라지꽃이 보랏빛 미소를 보내고 가을에는 백일홍이 붉은 웃음으로 응원한다.
직행버스가 다니는 큰길까지 가면 죄우편에 하나로마트와 농협이 있고 목이 좋은 곳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옷장수가 와서 자판을 늘어놓는다. 철이 바뀔 때마다 옷을 사다 보니 어느새 단골이 되었고 마주치는 날이면 아침 인사를 나눈다. "출근하네요!" "네!" 가벼운 인사말이지만 정이 담긴 대화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 고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걸어가면서 청소부 할아버지를 자주 마주친다. 봄이면 벚꽃 꽃잎과 꽃술을 쓸어내느라 바쁘시고, 가을에는 낙엽들을 쓸어 모으느라 애를 쓰신다. 하지만 얼굴은 늘 밝으셔서 가끔 눈이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나눈다.
학교 담벼락에는 민화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훈장님 주위로 둘러앉아 글을 읽는 아이들 그림이 있고 팽이놀이 제기차기로 신나게 노는 아이들 그림도 있다. 담벼락이 끝나는 곳에 고등학교 정문이 있다. 교문을 지날 때면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도로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선생님과 지인이 있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한 번씩 사진관 아주머니가 나와 있을 때는 안부를 묻는다. 버스정류소를 지나서 국숫집 앞에서 도로를 건너면 직장이다.
병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경비아저씨와 반가운 사담을 나눈다. 날씨 이야기로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정원에 새로 핀 꽃소식에 반가움을 나누기도 한다. 내 글을 좋아하는 팬이기도 하다. 새벽부터 출근하여 병원 곳곳마다 청소를 담당하는 여사님들과도 1층 복도에서 마주치면 반가움을 전한다. 그중 한 분은 아들이 고등학생일 때 같은 반 학부형이었기에 더 반갑게 지내고 있다. 일하는 곳이 2층이라 주로 계단을 이용한다.
평일 출근길은 반복이다. 하지만 조금씩 다른 출근길이기도 하다. 때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계절이 돌아가며 파수를 서고 날씨도 매일 달라진 옷차림으로 당직을 선다. 같은 시간 같은 거리를 걷는 내 마음도 날마다 새로운 꿈을 걸친다. 얇은 종이가 쌓여 책이 되는 것처럼 매일의 일상이 쌓여서 경력이 되고 역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