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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수유 Sep 01. 2022

지리산의 하늘

코를 높이 들고 바라보기

해가 지는 순간, 지리산에서

 저녁나절 비가 쏟아진다. 저녁을 차리고 잠시 찰나의 순간, 금빛처럼 쏟아지는 일몰이 창문으로 비껴 든다. 구름을 뚫고 나온 햇빛이 지리산의 하늘을 물들이는 것이리라. 온종일 잡생각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에 오늘 하루 또 잘 살았다, 는 생각이 든다.

지리산은 온종일 구름 속에 갇혀 있다가도 저녁이면 반짝 깨어 사방이 밝아진다. 깨끗하고 투명한 하늘이 반긴다. 가끔 흐린 날이면 신선의 수염인지 하얀 용의 비닐인지 모를 것이 지리산 능선을 타고 한 꺼풀 벗겨진 채로 산 위에서 나풀거리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난다. 그 모습이 꽤 앙증맞고, 또 기이하다. 이곳에 와서 눈이 맑게 개인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대자연이 굽어보는 가운데 사람들이 산 허리에 골짜기에 자리를 잡고 군락을 이루고 마을에 모여 옹기종기 살아간다.

하늘을 원 없이 보게 되는 곳, 지리산 자락에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일몰의 향연이 끝난 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큰 목소리 터져 나온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소라의 계절이 왔다.
허전한 목에 나를 두르네
핑크빛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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