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거나 Nov 06. 2022

1029참사


  어제 서울에 갔다 왔다. 결혼식이 11시라서 그런지 지하철 7호선은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그리고 옥수역에서 회기역으로 갈아탔다. 친척의 결혼식이 끝나고 다시 2시쯤 회기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오전에는 드문드문 보였던 사람들이 오후가 되자 쏟아져 나왔다. 회기역도 이촌역도 동작동도 모두 사람으로 붐볐다. 도착지에 도찰할 때까지 나는 물끄러미 지하철 노선도만 보았다. 용산역, 시청역, 이태원역..

 10월 29일 , 그날도 지금 이 지하철처럼 사람으로 북적거렸겠지?

자정 무렵의 뉴스도 믿기지 않았지만 자고 일어나니 사망자의 수가 150여 명에 이르렀다. 무슨 일일까? 콘서트를 보러 간 것도 아니고, 단지 길거리를 지났을 뿐인데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가 있는지 말이다.

 날이 지날수록 쏟아지는 사실은 더욱더 가관이었다. 수많은 시민들의 신고가 있었는데도 어떤 경위에 의해선지 시민들의 신고가 묵살당했다.

정말 그날은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국가는 없었다"

시민을 마약사범과 아닌 사람들로 나눌 수 있는 그런 국가만 존재했다.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경찰분들을 보내주셔야 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민의 마지막 한마디

"감사합니다." 그 시민이 다행히 생존했는지, 참사를 당했는지 알 길이 없다.

마지막 한 마디가 비수같이 꽂힌다.

"감사합니다"

 어제도 즐겁게 친척 결혼식에 참여했고 오늘은 밀린 청소와 정리를 했다. 평온한 일상을 보냈지만 1029 참사에 대한 SNS 글들을 보면 목이 멘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길 주말이면 우리 한번 가볼래? 할 수 있었던 길 문턱이 높지 않은 길, 그곳에서 젊은 생명이 꺼져갔다.

 꺼져간 생명에게 "제가 잘못했소"라고 사과하는 책임자가 없다.

그들이 놓지 않으려는 권력의 맛이 사람의 목숨 값보다 달다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

사망자냐 희생자냐, 사고냐 재난이냐 단어를 가지고 국민들을 분열하는 그들의 영악함에 놀란다.

하지만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뛰쳐나왔던 이태원 상인들, 119경찰에 도와달라고 신고했던 시민들, 쓰러져가는 생명들을 보면서 CPR을 했던 무수한 시민들이 이길 것이다. 지금은 슬픔과 분노와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슬픔을 위로할 줄 알고 공감할 줄 아는 우리 시민들이 이길 것이다.

아니 이겨만 한다. 지켜주지 못한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