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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ak Jun 13. 2024

두 아들과 배낭여행

에필로그

20년 전 아무런 준비 없이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여행은 내 삶의 일부분이었다. 그때 나의 버킷리스트에 자녀와 배낭여행이라는 항목이 생겨났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원에 치여 지내는 것을 보고 나의 버킷리스트를 완료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던 2023년 여름의 끝자락에 나는 과감히 한 달짜리 항공권을 발권하였고, 이렇게 3 부자 배낭여행은 시작되었다.


여행지역은 아빠가 익숙한 고향 같은 동남아시아로 선정했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빠르게 충족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4개국 14개 도시로 정하고 계획을 수차례 변경해 가며 12월 여행일정을 마무리했다. 2024년 새해가 밝은 아침 공항버스를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했고 여행의 주제가 배낭여행이라 초등학교 두 아들과 아빠 3 부자는 각자 7kg의 배낭을 메고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8번의 비행과 장거리 버스이동 6회, 기차와 페리를 이용하며 도시와 국가를 이동했고 중소도시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려 여행을 하면서 하루 24시간을 오롯이 같이 보내는 나날을 31일간 보냈다. 이 여행으로 아빠의 버킷리스트는 완성이 되었고 아이들은 좀 더 넓은 공간을 인식하고 상상력과 호기심이 늘어났다. 배낭의 공간에는 여행에 필요한 중요도에 따라 물건들이 채워졌고, 라면이나 김, 김치 등은 순위에 밀려 오롯이 현지식에 의존하는 여행이 되었다. 한 시간만 차를 타도 배가 아프다는 둘째는 6시간의 장거리 버스를 경험했고,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은 고수의 알 수 없는 맛도 경험해야 했다. 뙤약볕에 워터파크에서 편안하게 놀기도 하고, 푸껫의 해변에서 몸이 검게 그을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기도 했다. 아빠의 외할머니가 여행 중에 돌아가셔 찾아뵙지 못함에 사원에서 108배를 할 때, 아이들도 맘을 다해 같이 108배를 하는 경험도 했다.


여행의 경험이 항상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충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고, 성장과 깨달음 역시 고통과 짜증 속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아빠와의 갈등으로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첫째는 과감하게 가출(?)을 감행하기도 하고, 둘째는 길을 잃은 상황을 스스로 연출해 울기도 했다. 하루종일 비가 내려 숙소에만 박혀서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도 모를 상황에서 삼시세끼를 숙소 앞 식당에서 먹기도 했다. 페낭에서 푸껫으로 가는 비행기가 계획보다 4시간 연착되었고, 또다시 4시간이 연착되어 푸껫 숙소에 새벽에 도착하여 숙소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노숙을 할 뻔했던 일도 있었다. 어렵게 빌린 오토바이가 펑크가 나서 복귀를 하지 못할 뻔한 일들도 있었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고,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해결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일상에서는 겪기 힘든 일이고 힘들고 두려웠던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과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부자의 정도 생기고 포기하지 않는 끈기도 배우게 되었을 것이다.


크게 아픈 적도 없었고, 작은 사건과 사고도 없이 여행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1일의 배낭여행은 따로 또 같이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물론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분다』의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는 노랫말처럼 아버지인 나와 아들인 첫째와 둘째에게 모두 다르게 적힐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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